5대 은행 수신금리 최대 0.4%p 올라…이례적 빠른 움직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전과 달리 이를 즉각 예·적금 금리에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과도한 예대금리차(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경계한 조치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하자, 하나·우리·NH농협 3개 은행은 당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다음날인 27일 수신금리 인상을 확정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부터 22개의 정기예금과 16개 적금의 금리를 최고 0.4%p 올렸다. 비대면 상품인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은 연 2.8%(이하 최고금리 기준)에서 3.1%로 높아고, 'WON 예금'도 2.30%에서 최고 연 2.50%로 인상됐다
신한과 하나, NH농협은행은 오는 30일부터 금리 인상분을 적용한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과 적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p 높인다. 정기예금인 'S드림 정기예금' 금리는 만기별 0.2~0.4%p 인상되며, 적립식 상품인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 1년 만기는 연 4.6%로 변경된다. '신한 새희망' 적금 금리는 0.3%p 인상돼 최고 연 5.0%가 적용된다.
NH농협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25∼0.30%p, 적금의 금리는 연 0.25∼0.40%p 각각 올릴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22개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25%p 높인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4곳이 기준금리 조정 하루 만에 이를 즉각 반영한다고 나선 모습이다. KB국민은행도 빠른 시일 안에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전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된 후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는데 까지 통상 1~2주가 걸렸던 점을 비춰보면 이례적인 행보다.
은행들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속도를 다르게 적용해왔다. 대출금리는 금리인상 전망이 선반영된 시장금리에 따라 빠르게 올리고, 수신금리는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조정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때문에 은행들은 금리 조정기마다 예대금리차를 확대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외에도 시중금리를 반영하는 산정 주기가 있어 짧은 간격으로 변하지만 예·적금은 상품 가입 시점의 금리가 만기까지 고정돼 체감 차이가 큰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수신금리 인상 폭도 기준금리를 웃돈다. 기준금리는 0.25%p 오른 반면 은행들의 수신금리는 최대 0.4%p 높아졌다.
은행들이 추가 금리인상 기조가 명확한 만큼 수신금리 인상 후에도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을 감안해 예금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신금리 인상 폭만큼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아 발생할 역마진 우려가 없는 것이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도 은행의 빠른 금리 조정을 재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로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토록 하고, 공시 주기를 종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추가 인상 신호도 강한 만큼 은행에서도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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