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에르겐 디시 회장과 북한산 동반산행으로 신뢰관계 구축
삼성전자가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에 대규모 5G 통신장비 를 공급한다. 수주액은 약 1조원으로 삼성전자가 미국 내 공급하는 5G 통신장비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디시 회장과 오랜 시간 산행 하면서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디시 네트워크는 삼성전자를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디시 네트워크의 미국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5G 가상화 기지국(vRAN) △다중 입출력 기지국(Massive MIMO radio)을 포함한 라디오 제품 등 다양한 통신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1980년 위성TV 서비스 기업으로 설립된 디시 네트워크는 2020년 미국 전국 무선통신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라이선스를 확보해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지속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급으로 세계 최대 통신 시장인 미국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핵심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수주엔 이재용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에르겐(Charlie Ergen) 회장을 만나 5G 통신장비 사업에 관한 협력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방한당시 찰리 에르겐 회장은 월요일에 짧은 비지니스 미팅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하루 전인 일요일에 등산이 취미인 찰리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했다. 등산은 5시간가량 수행원 없이 진행됐다. 개인적인 일상 이야기부터 삼성과 DISH의 향후 협력 강화 방안까지 폭넓은 분야를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에르겐 회장이 산행을 계기로 급속도로 신뢰관계를 구축해 에르겐 회장이 이번 수주를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디시에 공급하는 5G 가상화 기지국은 소프트웨어를 범용 서버에 탑재해 기지국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통신망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12월 업계 최초로 미국에서 가상화 기지국의 대규모 상용에 성공한 이후, 영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성능과 차별화된 상용 역량을 입증 해왔다.
이런 독보적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은 지난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bal Mobile Awards)의 대상격인 'CTO초이스'와 '최고의 모바일 혁신 기술상' 2관왕을 수상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글로벌 상용 역량이 집약된 5G 가상화 기지국은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번 디시와의 협력은 이런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통신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DNA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디시 네트워크 존 스위링가(John Swieringa) 최고운영책임자(사장)는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과 차세대 통신 기술력은 디시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디시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우수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통신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5G 기술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일본 등 글로벌 핵심 5G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규모 통신망 구축 역량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시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5G 시장 공략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