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금융 관련 기관·공기업 인사에 또 다른 태풍이 일어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산업은행의 선장 자리가 갑자기 비게 되면서 금융위원장 교체 문제에 한층 탄력이 붙는 ‘나비효과’가 점쳐진다.
현재 금융위원장 교체 문제는 정권 교체기 트로피 쟁탈전(논공행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역할 재조정 논의는 2008년 금융위 출범 직후부터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탄생에 즈음해 더 강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임기가 남았더라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새 정부가 계속 키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차기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청와대행 변수가 거론된 이후부터 고 위원장 유임설에 무게가 실려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산업은행 문제가 돌출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여파로 고 위원장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풀이한다. 불안정의 최소화 명목으로 고 위원장 유임 필요가 커진다는 논리다. 이는 금융위원장 교체 후보군과 산업은행 회장 후보군이 겹친다는 점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해석은 아니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신성환 교수, 이석준 전 실장과 김주현 회장 등이 거론된다. 물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도 추가 하마평 멤버로 거론되지만, 대체로 차기 금융위원장과 인재풀이 겹친다.
상황은 이렇지만 고 위원장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도 설득력을 갖는다. 김주현 회장의 무게감 때문이다.
김주현 회장은 여신금융협회장으로 부임하기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위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경력도 대부분 고 위원장과 겹친다. 둘 다 서울 출신, 서울대 졸업에 미국 유학파, 재무부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금융감독 영역에서 잔뼈가 굵다. 김 회장이 1958년생, 행정고시 25회이고 고 위원장이 1962년생, 28회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고 위원장 유임을 논의하는 시나리오에도 타당성은 없지 않으나, 여기엔 문제가 하나 남는다. 금융위가 제대로 힘을 받으려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과 협조 또는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출중한 선배인 김 회장을 정책금융기관 중 하나인 산업은행 회장에 앉히는 건 고 위원장 입지에 별반 도움이 될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 전문가 간의 격돌로 고승범 유임론에 금은 크게 간 셈이다. ‘이동걸 퇴장’이 금융위까지 불똥을 튀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