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약 없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매듭 지어져야
[기자수첩] 기약 없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매듭 지어져야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2.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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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대기업 등이 가격 상승분을 중소기업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이 안 되면 폐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1일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불만을 성토했다. 이 자리에서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지난해 1월 알루미늄 매입단가가 3000원대에서 최근 6400원대까지 2배 이상 올랐다”며 “가격 폭등으로 업계에선 공사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사례가 속출 중이다. 하루빨리 납품단가 연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며 “납품단가 문제는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당시 중소기업계에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의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납품단가를 원자재 상승률에 맞춰 연동하는 건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 경제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납품단가연동제로 인해 중소기업이 값싼 원자재 수입원을 확보하거나 이익개선 등의 경영 노력이 줄어들 수 있고 납품단가 인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이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 이후 시장원리를 찾는 재량도 필요해 보인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치려고 해도 논의를 거듭할수록 대기업 편의를 봐주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 눈치를 봐야 하는 하청 중소·중견기업들은 제대로 된 목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대다수 납품단가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심지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지난 1월 대선후보 당시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안랩 창업 이후 대기업을 쫓아다니며 납품대금을 받는 게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험난한 과정에서 성장한 중소·중견기업들이 한국 경제와 고용의 한축을 책임지고 있다. 앞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의 매듭이 지어지길 바란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