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17일 사직서를 냈다.
김 총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소위 ‘검수완박’ 법안 입법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죄송하다”며 “검찰총장으로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모쪼록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 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고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15일 소속 의원 172명의 이름을 모두 담아 검수완박을 전제로 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안정안 등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6대 범죄’ 한정에서 더 나아가 검찰 수사권을 아예 뺏는 게 주 내용이다.
이 개정안들이 통과되면 검사와 수사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제외하곤 압수수색과 체포, 구속 등 수사를 할 수 없다.
검사는 수사권을 잃고 경찰이 써준 영장을 청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못 하고 기록만으로 기소·재판만 해야 한다.
무장해제 상태로 경찰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기소 도장만 찍고 기소한 사건에 관해 공소 유지만 맡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하나로 이를 추진했으나 검찰은 계속해 “수사권은 국민을 위한 안전장치다. 검수완박은 검찰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검찰의 반대에도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전원 발의, 5월3일 국무회의 공포를 목표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자 일선 검사들은 사의를 표하며 반대 의지를 밝혔다. 13일 이복현(50·30기) 서울북부지검 형사부장이 사의했고, 14일에는 김수현(52·30기)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이 “검찰이 더는 검찰이 아니게 돼가는 상황에서 철저한 무기력함을 느끼며 유일한 저항의 방법으로 사직을 선택했다”며 사의를 밝혔다.
16일에는 김정환(47·33기)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이 검찰 내부장 ‘이프로세스’를 통해 사직 인사 글을 올렸다.
김 총장도 이날 검사들과 뜻을 같이하며 검수완박 결사 반대 의지를 피력했다.
김 총장의 사의로 18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 출석 여부도 논의에 들어갔다. 김 총장은 애초 이 회의에 참석해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었다.
민주당의 일정대로라면 검찰은 이번 주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마지막 시기다. 검찰 내부가 들끓는 가운데 19일에는 일선 검찰청 평검사들이 참여하는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가 대검 별관에서 열린다.
대전지검 평검사들이 12일 검찰 내부망에 논의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토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