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신형 ‘니로’는 정속 주행 시 복합연비 리터(ℓ)당 20킬로미터(㎞) 이상을 가뿐히 넘는다. 주행 중 연비를 확인하면 ℓ당 30㎞를 오르내린다. 주행은 경쾌하면서도 정숙하다.
최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만난 신형 니로는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미지와 주행성능을 보였다.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외관…공기역학적 디자인 돋보여
신형 니로 외관은 전체적으로 다른 SUV 모델보다 높이가 낮고 옆으로 넓어 보인다. 신형 니로는 차량 전체 길이인 전장이 4420밀리미터(㎜), 바퀴 접지면에서 천장 끝까지 길이인 전고 1545㎜, 가로로 바퀴 끝에서 끝까지 길이인 전폭이 1825㎜, 앞뒤 바퀴 간 길이인 축간거리가 2720㎜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전장은 65㎜, 전폭이 20㎜, 축간거리가 20㎜ 길어지고 넓어졌다.
신형 니로는 동급 소형 SUV ‘셀토스’와 비교하면 전장이 45㎜ 더 길고 전고는 셀토스 16인치 타이어 루프랙 포함 기준 70㎜ 더 낮다. 전폭은 25㎜ 더 길다. 전폭도 25㎜ 더 넓다.
전면부는 이전 모델과 비교해 더욱 차분해졌다. 이전 모델은 눈(전조등)을 동그랗게 뜬 채 눈꼬리 끝을 한껏 치켜 올리고 놀란 듯 작은 입(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로 길게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면 신형 니로는 덤덤한 표정을 짓는 듯 하다.
기아는 신형 니로 전면부 LED 주간주행등(DRL) 선에 대해 심장 박동을 형상화해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설명한다. 병원에서 쓰이는 심전도 등 환자 모니터(Patient Monitor)에 나타나는 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간주행등 선은 아래로 처진 느낌이 강해 미래지향적 이미지보다 차분한 인상이 강하다.
측면부는 C필러가 돋보인다. 신형 니로 C필러는 차체와 이어지지 않고 조금 떠 있다. 주행 중 C필러 안으로 바람이 지나도록 하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이다. C필러 안쪽에는 에어커튼 홀을 적용해 연비 효율 향상을 꾀했다.
C필러는 차체 색과 다른 색상으로 꾸밀 수 있다. 차체 색상은 △스노우 화이트 펄 △스틸 그레이 △시티스케이프 그린 △미네랄 블루 중 추가 옵션으로 ‘엣지 팩’을 선택하면 차체 색상별로 △스틸 그레이 △인터스텔라 그레이 △오로라 플랙 펄 중 하나를 적용할 수 있다.
후측면은 전면부보다 역동적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C필러에 적용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때문이다. 세로로 뻗은 이 램프는 큰 부메랑을 닮았다.
후면부 정면은 전반적으로 전면부와 비슷한 차분한 이미지다. 후면 하단 램프에도 심장박동을 형상화한 선이 적용돼 전면부와 일체감을 준다.
◇낮고 넓은 공간 인상적…수납·디스플레이 아쉬워
실내에 탑승했을 땐 넓직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주행 중 팔을 이러저리 옮겨도 손이나 팔에 걸리는 게 없었다. 운전석에 처음 앉을 땐 조금 큰 세단에 탑승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시트 포지션이 낮았다. 처음 주행할 때는 시트를 한껏 위로 올렸다. 그럼에도 머리와 실내 천장 간격은 여유로웠다. 주행 중 시야각도 넓었다. 차체 외관 높이가 낮아 주행 중 룸미러 등이 시야를 가릴 수도 있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운전석에서 앞옆을 볼 때 시야에 방해되는 장치는 없었다.
내장재는 다양한 친환경 소재가 쓰였지만 보고 만졌을 때 이질감이 없었다. 내부 천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가 함유된 섬유가 적용됐다. 바이오 인조가죽 시트는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섬유를 활용했다.
다만 앞좌석 수납 공간은 다소 아쉬웠다. 운전·조수석 사이 컵홀더는 두 개다. 컵홀더와 센터콘솔 수납공간 사이에는 공간이 모호하게 비었다. 빈 공간에는 컵홀더 1∼2개쯤 더 만들 수 있어 보였다. 이 공간에 대한 기능적 요소를 알 수 없었다. 이 공간 때문에 센터콘솔 수납공간은 더 좁아진 느낌이다. 센터콘솔 수납함 칸막이를 앞으로 더 빼도 될 것처럼 보였다. 디자인 요소로 이해하면 빈 공간 때문에 센터콘솔 팔걸이가 떠 있는 듯한 플로팅(Floating) 느낌을 준다.
문 내부 손잡이는 휴대전화기 등을 안정적으로 넣을 수 있을 만큼 깊지 않았다. 특히 내부 문 손잡이가 대각선으로 디자인 돼 손잡이 안쪽도 기울었다. 손잡이는 말 그대로 손을 넣어 문 닫는 용도 외 활용하기 힘들었다.
디스플레이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신형 니로에는 10.25인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과 디지털 계기반을 합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디지털 계기반은 그동안 기아 최신 차종에서 봤던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AVN 화면은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꽉 차지 않아 베젤이 너무 커 보였다. AVN 화면을 볼 땐 약간 답답했다. 간혹 옛날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기모드 적극 개입…연비 ℓ당 27.0㎞
시승은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한 카페를 오가는 114㎞ 왕복 구간을 주행했다.
주행을 위해 처음 출발할 땐 소음이 없는 하이브리드 차량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첫 출발은 전기모드로 주행해 전기차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주차장을 빠져 나가기 위해 오르막 구간에서 잠시 정차 뒤 재출발할 때는 약간 울컥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르막 구간 정차 후 재출발 시 전기모드와 내연기관 중 어떤 주행이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울컥거림은 오르막 구간에서만 두 차례 정도 느꼈다.
주차장을 빠져나가 서행하며 오르막 도로를 나설 땐 전기모드와 내연기관 주행이 번갈아 작동했다. 이후 평지, 내리막 구간에선 대부분 전기모드로 주행했다. 서행하며 전기모드에서 내연기관 주행으로 잘 바뀌려 하지 않는단 느낌이 들었다.
이후 도로를 나선 주행에서는 정속 주행을 지키려 노력했다. 제한속도 시속 80㎞ 구간에서는 시속 70㎞를 유지했다. 처음 일부 구간은 직접 주행했으며 이후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용해 일정 속도를 유지했다. 신형 니로에 탑재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안전속도 구간, 곡선 구간 등 진입 전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준 뒤 해당 구간을 지나면 자동으로 원래 속도로 올린다.
주행 중에는 전기모드와 내연기관 주행이 여러 차례 번갈아 이뤄졌지만 전기모드에서 내연기관 주행으로 바뀔 때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느낄 수 있는 전기모드에서 내연기관 전환 시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느낌을 느끼지 못했다. 내연기관 주행 중에도 엔진음 등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아 조용했다.
주행 중 전기모드로 전환되지 않을 것 같은 구간과 속도에서도 전기모드 주행이 가능했다. 신형 니로가 최대한 전기모드를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 적극 개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형 니로에는 국내 처음으로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 2세대가 적용됐다.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는 학교, 주거 밀집 지역 등 대기 환경 개선이 필요한 그린존을 지날 때 전기모드 사용을 적극 활용하는 기능이다.
이 같은 전기모드 개입으로 주행 중 확인한 연비는 ℓ당 최고 36.5㎞였다. 목적지 도착 후 연비는 ℓ당 27.0㎞를 기록했다.
다시 비스타 워커힐 서울로 돌아올 땐 연비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주행했다. 가속페달을 최대한 밟았다. 이 같은 주행에도 전기모드 개입은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스포츠 두 가지 뿐이었다. 운전대에 달린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운전대 조향감, 가속페달이 약간 더 민첩해졌다. 다만 에코, 스포츠 모드 간 큰 차이는 없었다. 에코 모드로도 충분히 스포츠 모드 같은 가속감과 경쾌한 주행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신형 니로는 경쾌한 주행과 함께 요철 구간에서도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편이었다. 속도를 낼 때는 정속 주행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주행 시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속도를 내며 느낀 풍절음, 큰 곡선 구간 주행감은 소형 SUV 차급을 넘어서진 못했다.
엔진음은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 도착했을 때가 돼서야 약간 유입됐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도착 후 확인한 연비는 ℓ당 24.1㎞였다. 기아가 제시한 ℓ당 20.8㎞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