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주 인사제도 개편과 정기 임원인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미국 방문 후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언급한 만큼 사업구조와 조직문화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실시할 인사제도 개편과 정기 임원인사 등에서 큰 폭의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려진 건 인사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개편안을 마련했다.
개편안엔 상위 10%인 고성과자(EX)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의 업적을 절대평가로 실시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삼성전자의 임직원 고과 평가는 △EX(Excellent)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EX 등급은 10%, VG 등급은 25% 등 상대평가 방식이다. 그러나 절대평가로 변경할 경우 나머지 90%도 모두 VG등급을 받을 수 있다.
개편안엔 한 직급단계 당 채워야 할 기한을 폐지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를 세울 경우 팀장이 운영하는 ‘승격 세션’을 통해 인정받으면 승진발탁이 가능한 구조다. 또 수평적 호칭도 도입할 전망이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 간 호칭을 직급이 아닌 ‘프로’로 통일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상급자가 하향식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동료 간 상호평가하는 ‘동료평가제’도 도입할 전망이다.
재계에선 내달 초 단행 예정인 사장단 인사, 조직개편에도 관심을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위주로 실적호조를 보이곤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선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위(17.3%)를 기록 중이다. 다만 선두인 대만 TSMC의 점유율(52.9%)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중국과 패권다툼 중인 미국이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꾀하는 것도 삼성전자엔 부담이다.
이 부회장도 약 열흘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24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투자도 투자지만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이 같은 까닭에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현실 인식과 미래 구상이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사업부분장은 올해 3월 재선임된 만큼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부사장 이하 음원 승직 폭을 넓히고 신사업부문 확대 등 인적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