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보다 가볍고 성능 뛰어나…영화·드라마부터 공연까지 활용"
“디즈니에서 LED스크린 방식으로 제작한 ‘만달로리안’의 메이킹 필름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연구개발에 돌입해 1~2년 만에 완성했습니다.”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VIT 론칭 시사회’에서 “한국과 아시아에서 최초로 실감형 디지털 콘텐츠 통합제어솔루션 VIT(ViveStudios Immersive Technology)를 개발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비브스튜디오스는 2003년 문을 연 CGI(컴퓨터그래픽이미지) 전문 스튜디오다. 가상·증강·혼합현실(VR·AR·MR) 등 실감형 콘텐츠로 영역을 확대 중이며 미국 VR영화제에선 2017년부터 3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MBC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로 주목받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선정됐다.
이날 자리는 비브스튜디오스의 VIT 소개와 이를 활용해 제작한 단편영화 ‘용감한 신세계’(The Brave New World), 뮤직비디오 ‘부러진 나’(Broken Me)를 첫 공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비브스튜디오스 VIT, 외산 솔루션보다 가볍고 성능↑
비브스튜디오스의 VIT는 ‘LED 벽(WALL)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 핵심 기술들을 하나로 묶어 통합 제어하는 솔루션이다.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는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초대형 LED 벽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띄운 뒤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촬영 후 합성하는 ‘그린스크린’과 달리 후반작업이 필요 없는 게 특징이다.
다만 국내에선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하는 솔루션이 없어 제작사들은 해외 솔루션을 사용해야 했다.
김 대표는 “국내 여러 업체들이 해외 솔루션을 사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봤다”며 “우리는 국내 최고 CGI 스튜디오로서 콘텐츠 제작에 어떤 게 필요한지 이해하고 있다. VIT를 경험하면 차별화를 느끼게 되고 구매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VIT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과 연동을 통해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 그래픽을 대형 LED 월에 투사한다. 이에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자연스러운 조명과 정교한 반사각, 태양, 구름, 대기 상태 등의 환경 변화까지 촬영 중에 실시간으로 조정 가능하다. 또 제작진과 배우는 최종화면도 현장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비브스튜디오스 관계자는 “외산 솔루션은 시스템 설계상 무겁다”며 “우리 솔루션은 구조 자체를 병렬로 해서 가볍게 만들었다. 그래서 (시스템 성능이 비슷한 스펙이면) 더 빠르게 수정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자·배우 "효용증대"…‘빠른 확산 기대’
김 대표는 VIT 솔루션의 빠른 확산을 기대 중이다.
그는 “사전제작보다 라이브 형태의 방송·공연·커머스 콘텐츠들이 대세가 되고, (여기에 VIT를 접목하면)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우리 솔루션 활용하면 영화·드라마
같은 수준으로 공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 등 OTT플랫폼에선 같은 공간이 반복되는 시즌 콘텐츠를 제작하는 편”이라며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공간을 반복해서 짓고 부수지 않고 다시 불러오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이들도 VIT가 제작자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제훈 비브스튜디오스 Visual & Creative 본부장은 이날 자리에서 “기본적인 세팅비용은 올라가지만 하루에 찍을 수 있는 분량은 기존과 비교도 못할 정도”라며 “기존 (그린스크린) 비용이 하루 100만원이라면 VIT는 일일 200만원이다. 그런데 200만원 비용으로 기존 500~600만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용감한 신세계’에 출연한 박은석 배우는 “그린스크린 앞에선 나중에 무언가가 입혀진다는 사실을 예상만 할 수 있다”며 “반면 LED 스크린 앞에선 배우의 시선이나 걸어야 할 거리를 알 수 있고, 배경, 공간 내 소품 등이 있어 연기에 도움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국에 두어 장면을 찍기 위해 해외 로케이션을 가는 건 큰 일”이라며 “(VIT를 활용해) 국내에서 하루 만에 찍을 수 있다는 건 배우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