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제시… 野 "대선 공약 같은 호소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4·7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결국 "저희가 부족했다"며 읍소로 태세를 전환했다.
이 위원장은 나아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주택부' 신설과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등을 꺼내들며 막판 뒤집기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의 문제를 온전히 살피지 못한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며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고 소회했다. 덧붙여 "무한 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5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죄의 뜻을 피력했지만, 공개석상을 만들고 직접 여론 앞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이틀 전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정치 집단의 의무"라며 네거티브(음해) 공세에 나섰던 것과는 정반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그때의 간절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혁신 노력마저 버리진 말아 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지켜달라"며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차 읍소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도마에 올리고 몰아붙이던 이 위원장이 돌연 촛불 민심까지 운운하며 '정권수호'를 하소연한 건 열세에 몰린 실정을 타파하기 위해 던진 마지막 '초강수'라는 평가다. 민주당은 당초 '판세가 점점 기울고 있다'고 선동하면서 국면 뒤집기에 나섰지만, 공분이 극에 달한 여론에 전혀 먹히지 않는 양상을 보였다.
현재 차기 대통령 선거 지지율이 낙폭한 이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회견에선 △공직자 전체 재산등록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등과 함께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와 '주택부' 설치 등을 들고 나왔다. 호소문이자 한편으론 대통령 담화문 같았던 이번 회견은 자신이 대선주자로서 준비가 됐음을 우회적으로 부각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이 위원장의 이번 회견을 강성 좌파 지지층에게 투표장으로 나오라는 신호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 이 위원장은 이날 회견 마지막에 "오는 2·3일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초유의 '전국단위선거 4연승' 기록이 깨질 공산이 커진 가운데 이 위원장의 이번 사과까지 겹치면서 친문재인 계열과 지지층의 사이에선 사기가 더욱 꺾이는 분위기다. 더구나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를 계기로 주도권을 쥐었단 걸 인식하고 파죽지세로 정치적 바람을 탈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위원장 사과를 두고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뒤늦은 '악어의 눈물'에 속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대선 공약 같은 호소문을 발표했는데, 갑작스러운 유턴(회귀)에 국민은 어리둥절하다"고 비꼬았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배신의 시간을 되돌릴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며 "더는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말기 바란다"고 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