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 등 대미 수출·소비 증가 관련 수혜 종목 주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채권 금리가 오르자 주식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이후 상반기까지 단기적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성장주나 기술주보다 경기 민감주 업종 비중을 높여 주식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재, 산업재 등 대 미국 수출과 소비 증가 관련 수혜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7.23p(0.57%) 내린 3026.26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1월25일 기록한 역대 고점 3208.99보다 182.73p(5.69%) 하락한 수치다.
국내 증시는 올해 고점 이후 이달 첫 주까지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생기고 미국발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증시 변동성도 커진 모습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월 말 1.044%에서 3월5일 1.568%로 52.4bp 급상승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작년 2월 1.4%대를 상회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기준 배럴당 52.27달러에서 66.09달러로 13.82달러(26.43%) 급등했다.
◇ 채권 대비 주식 매력 유효…미·중발 재료도 남아
금리 상승 여파로 위험자산 선호 유인이 약화되고, 할인율 상승으로 기술·성장주 조정폭이 커지고 있다. KRX BBIG(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K-뉴딜지수를 추종하는 TIGER KRX BBIG K-뉴딜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5일 1만2255원을 기록해 한 달 전인 2월5일 고점 1만4070원보다 14.8% 하락했다. 올해 1월4일 종가 1만2220원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산업 주요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KRX2차전지 K-뉴딜 ETF는 올해 2월1일~3월5일 9.72%(1만7950→1만6205) 내렸고,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을 담은 TIGER KRX게임K-뉴딜도 10.33% 급락했다.
다만, 채권 대비 주식 투자 매력도가 훼손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S&P 500 지수 배당수익률(1.5%) 수준과 유사하고, 국고채 중장기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3년물이 1.07%, 5년물이 1.44%로 작년 12월 기준 코스피 배당수익률(1.48%) 수준보다 소폭 낮다.
여기에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소비심리 회복세가 나타나는 것이 국내 주식의 가장 큰 상방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4로 전월 대비 2.0p 개선됐고, 지난 1월(+4.2p)에 이어 2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연초부터 소비 중심 회복세가 재개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 1월 미국 소매판매는 정부지원금 지급 등에 따라 전월 대비 5.3% 상승해 작년 12월(-1.0%)보다 큰 폭 개선됐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백신 보급 및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회복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매년 3월 중 통상 2주간 진행되는 양회(정치·경제 운영방침을 정하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가 지난 4일 시작됐다. 올해 주요 의제인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발전계획(14차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목표 세부 내용이 심사 및 승인될 예정이다.
미국의 소비 회복은 국내 경기민감주에, 중국 양회는 성장주에 상방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백신 보급도 빨라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단기 3개월, 올해 상반기 정도는 경기민감주 대응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은 경기민감주, 중국의 경제계획은 성장주에 모멘텀을 주는 요인인데, 금리는 전체 시장을 다 누르는 요인이라서 상대적으로 호재 상쇄폭이 적은 경기민감주가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며 "미국향 수출주로는 반도체와 자동차, 국내 내수를 바라보면 유통, 의류가 관심업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도 "유가, 금리 등 여러 부담 요인이 있는 것은 맞지만 앞으로 진정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고, 당분간 경기 지표도 우호적일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주가 좋지만, 단기 3개월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경기민감주, 특히 미국향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투자 확대·소비 증가세 주목
경기 민감주는 지난달 초 이후 코스피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200구성종목 중에서 현대제철과 POSCO, 고려아연 등 철강소재에 투자하는 TIGER200 철강소재 ETF는 지난 5일 8280원으로 마감해 지난달 1일 7420원보다 11.59% 올랐다. 대한항공과 HMM, 현대글로비스, 한국항공우주 등에 투자하는 TIGER 200 산업재 ETF는 5.0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민감주 업종이 다양한 만큼 이 범위 내에서 선별할 수 있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경기 회복과 수요 증가에는 소재(화학·에너지), 산업재(철강·운송·기계), IT(반도체·하드웨어·디스플레이) 섹터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은행, 보험 등 금융 업종과 자동차, 의류, 여행, 게임, 오락문화 등 경기소비재도 포함된다.
세부적으로는 운송 업종만 해도 육상, 해운, 항공으로 분류되는데, 해운에서도 소비재 물품을 이동시키는 컨테이너선과 석탄·철광석·원유 등 공산품을 움직이는 벌크선으로 나눠 전망할 수 있다. 미국발 수요 회복으로 수출 물동량이 늘어나는 경우 컨테이너선 실적이 좋아진다. 또, 소비가 늘게 되면 소재 섹터에서는 화학 업종 마진이, IT에서는 모바일과 PC, 서버에 쓰이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민감주를 조금 더 쉽게 보면 투자와 소비 두 축으로 쪼개볼 수 있다. 에너지, 소재, 산업재, 금융은 투자 관련 업종에 가깝고, IT와 경기소비재는 소비쪽에 더 가깝다"며 "투자가 늘어나는 시점에서는 벌크선이 좋지만, 미국 소비가 늘고 수출이 많아지면 소비재를 나르는 컨테이너선이 더 좋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경로를 보면 지금은 투자보다 소비가 좋아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민감주 주가가 이미 괜찮게 움직이고 있는데, 지금은 철강, 에너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기계, 운송, 화학 순으로 업사이드가 조금 더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며 "또, 코로나19 때문에 주가가 가장 많이 빠졌던 대면 서비스 업종도 고려할 수 있다. 화장품·의류·소매·미디어·유통·교육 업종도 코로나 완화 시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월 한 달과 3월 첫 주 사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10조542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1147억원과 6조311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월1일~3월5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10위는 △삼성전자 △기아차 △삼성전자우 △NAVER △LG전자 △SK바이오팜 △삼성SDI △현대모비스 △카카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다. 순매도 상위 1~10위는 △SK하이닉스 △POSCO △롯데캐미칼 △S-Oil △HMM △신한지주 △KB금융 △신세계 △OCI △솔브레인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10위는 △SK바이오팜 △LG화학 △POSCO △SK텔레콤 △HMM △셀트리온 △KB금융 △KODEX 200TR △신한지주 △NAVER 순이었다. 순매도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기아차 △LG전자 △현대모비스 △삼성SDI △현대글로비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카카오 △DL이앤씨 순으로 액수가 컸다.
또, 이 기간 기관은 △S-0il △롯데케미칼 △KT △KODEX MSCI KOREA TR △신세계 △OCI △POSCO △KODEX WTI 원유선물(H) △TIGER 200 △아모레퍼시픽 순으로 순매수했다. 반면, 순매도 1~10위 종목은 △삼성전자 △NAVER △LG화학 △기아차 △삼성SDI △카카오 △SK △TIGER 차이나전기차SO △현대모비스 △SK케미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