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1월26일 저녁 일본 도쿄의 도심을 순환하는 JR야마노테선의 신오쿠보역에서 한 취객이 선로에 떨어졌다. 플랫폼에 있던 일본인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당시 47세)와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26세) 씨가 취객을 구하러 뛰어들었으나 열차를 피하지 못해 3명 모두 숨졌다.
올해 1월26일은 이씨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생면부지의 일본인을 구하려다 짧은 생을 마감한 이씨의 살신성인은 열도를 감동시켰다. 지난 20년간 일본인들은 시와 노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씨를 추모해왔다. 아울러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는 물론 중학교 수업에서도 이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회자되고 있다.
이씨의 부모는 이씨의 의로운 죽음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모인 위로금 1000만 엔(약 1억원)을 바탕으로 아들의 이름을 딴 ‘LSH 아시아 장학회’를 세워 일본에 유학 온 아시아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50명씩, 지금까지 1000여 명이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모 열기와 달리 한일 양국관계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과거사 갈등은 여전했고, 수출규제와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다.
살아생전 이씨는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씨가 이 같은 생각으로 선로에 뛰어들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의 숭고한 정신과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를 떠나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Unsung Hero', 그가 이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