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다음 날 거래처 2곳에 각각 1개씩 보낼 등기를 준비했다. 그것을 본 A씨의 상사 B씨는 자신이 다음 날 오후 회사 들어오는 길에 등기를 부치겠다며 준비된 2개의 우편물을 가지고 퇴근을 했다.
날이 밝았다. 등기를 부치기로 한 날 오전 A씨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마침 A씨는 다른 일이 생겨 잠시 자리를 비웠고 옆자리에 있던 C씨가 전화를 대신 받았다.
등기 보낸 우편물 2개가 반송됐는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1번, 상담사 연결을 원하면 2번을 누르라는 전화였다. C씨는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아 A씨를 불렀고, 밖에 있던 A씨는 전화를 받으러 뛰어들어왔다.
“전화 바꿨습니다” 그러나 A씨가 전화를 건네받았을 때는 통화가 종료된 상태였다. 전화를 받으러 온 사이 대기 시간이 길어져 전화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C씨의 말을 들은 A씨는 뭔가 이상했다.
상사는 아직 우편물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우편물이 이미 반송됐다며 확인해보라는 게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A씨는 우체국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결국 보이스피싱이었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만약 A씨가 전화를 받았다면, C씨가 상대의 말에 따라 1번 또는 2번을 눌렀다면 전화요금이나 다른 명목으로 회사 자금이 빠져나갔을 수 있었을 테다. 그 생각을 하니 A씨는 아찔함이 밀려왔다.
진정하고 곱씹으니 아무리 봐도 그것참 미스터리였다. 등기 보낼 날짜와 수량을 어떻게 딱 알고 전화를 했을까, 설마 사무실에 스파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이래서 속는구나… A씨는 여러 생각을 되뇌며 정신을 바로잡았다.
요즘 세상에 무슨 보이스피싱을 당하냐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지만 이 일화를 듣고 보니 사기당하는 사람이 꼭 어리숙해서가 아니라 정황이 맞아떨어지고 말까지 그럴싸하다면 순간 깜빡 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이 언제 어디서 아찔한 순간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낚이지 않도록 늘 주의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