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금융지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는 경계 요소
작년 증시 급등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은행주가 올해는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과 이자 수익 확대 등 영향으로 좀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마련으로 올해 대손 부담이 크지 않은 점과 배당 매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이뤄진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로 인해 잠재적 부실이 클 수 있다는 부분은 경계해야 할 요소로 지적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종가 기준 은행업종 지수는 179.97로 전일 대비 1.16% 하락했다. 지수는 작년 3월19일 연저점인 122.72를 기록한 이후 46.6% 상승했지만, 작년 연고점이었던 246.64보다는 27%가량 낮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충격 후 반등을 넘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은행주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고 봤다. 가계부채 급증 문제로 인해 대출 규제가 빈번하게 이뤄졌고, 경제 위기 속 대출 부실화와 신용 비용 증가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자본 적정성 향상을 이유로 배당 자제를 권고한 것도 은행주 상승에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악재들이 올해는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블루웨이브(미국 민주당의 상원·하원 동시 장악)로 인해 시장 금리 상승 기대감도 높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올해 1분기 중 바닥을 형성하고, 2~3분기부터 소폭 반등할 것으로 봤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블루웨이브로 촉발된 금리 상승 기대감이 은행주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 은행업종의 낮은 주가 수준과 NIM 상승 전환 추세가 맞물리면서 올해 은행주의 상승 폭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주 수입원인 이자수익을 내는 원화 대출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1년 동안 100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6%대로 안정화됐고, 앞으로 금리도 점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종 투자심리가 개선될 여지는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은행들이 코로나19 관련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올해 대손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은행의 배당 정책도 점차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은행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976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보다 107조4000억원 많다. 연간 증가 폭은 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오는 3월 말까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등을 실시하면서 은행권의 잠재 부실 규모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존에 실행됐던 정부 지원의 연착륙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오는 3월31일 종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프로그램 연장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이자 부분 상환을 조건으로 만기를 미뤄주는 등 금융지원 회수 방안도 같이 논의 중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은행권 부실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과 같이 금융지원 회수의 연착륙이 이뤄진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