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호 총괄부사장, 딸 이경후 등 78명 승진, 여성 8명 '역대 최대'
"내년 새로운 경영진 중심 포스트 코로나 대비 글로벌 생존 주력"
CJ그룹은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미래성장 동력 발굴과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은 10일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주력 계열사 수장들을 전면 교체했다.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이재현 CJ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임원인사에선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 큰 폭의 인사이동이 가장 눈에 띈다. 이재현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성과가 양호한 계열사는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실적부진과 위기관리에 미흡한 계열사는 체질개선과 이미지 회복에 주력하도록 했다.
그룹 핵심인 CJ제일제당 수장으로는 최은석(53) 지주 경영전략총괄이 선임됐다. 최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0월 네이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 회장은 전략통인 최 대표에게 지난해 위기를 넘기고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낸 CJ제일제당이 그룹 핵심으로서 ‘글로벌 CJ’를 이끌 수 있도록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임무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여 간 CJ제일제당을 맡으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일군 강신호(59) 대표는 CJ대한통운을 이끌게 됐다. 강 대표는 비비고를 앞세워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질적 성장을 이뤄내 이 회장에게 큰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은 올해 택배 물동량 증가로 실적은 좋지만,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관련한 노조 갈등으로 어려움이 크다. 강 대표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대한통운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 신임 대표로는 강호성(56) 그룹 총괄부사장이 내정됐다. 강 대표는 지난 7월 CJ ENM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최근 상암동 사옥으로 출근해 업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거쳐 2013년 법무실장으로 CJ그룹에 합류했다. 강 대표가 그룹 내 법무통이란 점을 감안할 때 ‘프로듀스 101’ 순위조작 관련 소송은 물론 실적 악화 등 여러 과제를 조속히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오른팔’인 허민회(58) CJ ENM 현 대표는 CJ CGV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이 큰 영화 콘텐츠 사업을 재정비하고, 실적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필(53) CJ푸드빌 현 대표는 CJ프레시웨이 신임 대표로 자리를 이동한다. 정 대표는 그룹 내 재무통으로서 뚜레쥬르 매각 등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실적이 부진한 프레시웨이의 사업 재편이 급선무다.
CJ푸드빌 신임 대표에는 김찬호(49) 상무가 내부 승진을 통해 새롭게 이끌게 됐다. 김 대표는 푸드빌에서 글로벌사업담당과 베이커리본부장 등 요직을 맡으며 내부 사정에 이해가 높아 푸드빌의 실적 개선에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
이 외에 중국본부는 윤도선, CJ LiveCity(라이브시티) 신형관, CJ Feed&Care(피드앤케어)는 김선강 대표가 각각 내정됐다.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에는 임경묵 전략기획팀장이 선임됐다.
CJ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 등 대내외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미래 대비에 나설 수 있는 CEO들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원인사에선 총 78명이 승진했다. 허민호 CJ ENM 오쇼핑부문 대표는 총괄부사장으로, CJ푸드빌 김찬호 대표가 부사장대우로 승진하는 등 총괄부사장 1명, 부사장대우 13명, 상무 26명이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임 임원(상무대우)은 지난해보다 2배 많은 38명으로 확대됐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인 80년대생 여성 5명을 비롯한 8명의 여성임원(21%)이 탄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회장의 딸인 이경후 CJ ENM 상무도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번 임원인사 명단에 없었다.
신임 임원 38명의 평균나이는 45세로 최근 2년 새 2살 낮아졌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연공을 따지기보단 능력경쟁을 통한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했다.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한 셈이다.
CJ 관계자는 “내년에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비해 글로벌 생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CJ그룹 정기인사 발령일자는 12월1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