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결단 ‘눈길’…잇단 대형 투자로 시스템반도체 1위 제시
6여년간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 역할을 맡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을 대표하는 총수가 된다.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입원치료에도 끝내 타계하면서 삼성의 미래는 이 부회장이 짊어지게 됐다.
이 부회장은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서도 과감한 결단성을 보이는 ‘투트랙 경영전략’으로 삼성을 이끌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선친의 자리를 승계해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째 가업인 총수 자리에 오른다.
2014년 5월 고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이제부터는 더 확실한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새 리더십으로 삼성을 이끌어야 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 부회장의 ‘회장’ 직함이다. 이 부회장은 4대그룹 3, 4세 총수 중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달고 있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버지 상 중으로 회장 취임은 현재 얘기할 상황이 아니지만, 발인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계 1위 총수인 만큼 조만간 회장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이 3세 시대 공식화를 위해 발표 시기 조절에 들어갔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사실 회장 타이틀만 달지 않았을 뿐,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자신만의 경영전략을 삼성에 뿌리 내린 상황이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달리 이 부회장만의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눈길을 끈다.
고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으로 신경영 선언을 통해 초일류 삼성의 기틀을 닦았다면, 이 부회장은 삼성의 전향적 변화상을 보이며 친근한 ‘뉴(New) 삼성’으로 바꿔나갔다.
실제 이 부회장이 이끌던 지난 6년간 삼성은 △반도체 백혈병 보상 합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직고용 △노조 와해 의혹 사건 관련 사과 △고공농성자 김용희 합의 등 숙원과제들을 해결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온화한 것만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과감한 결단력으로 삼성을 이끌었다. 과감한 경영전략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닮았다. 위기 앞에서 결단과 확신에 찬 리더십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국내 인수합병(M&A) 최대 금액인 9조원을 투입하며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또 2018년엔 ‘180조원 투자 4만명 신규채용’이란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신산업육성이 목적이었다. 이어 2019년에도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송창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