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이 김정은 마주하겠다… 북일 국교정상화 의지 표명
스가 요시히테 일본 총리가 26일 열린 임시국회에서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제 징용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존 한국 책임론 입장을 재차 밝혔다.
26일 연합뉴스는 스가 총리가 이날 개원한 임시국회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에서 이같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막이 오른 일본 임시국회는 오는 12월5일까지 41일간 이어진다. 외교계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취임 후 처음 국회 연설에 오른 만큼 이번 연설로 그가 현재 일본이 당면한 여러 정치 과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그간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던 한일 관계나 대북 정책 등에 대해 스가 총리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됐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회 회담 후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관계를 친밀감을 도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징용문제 등 한일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일본 정부는 “징용문제는 이미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마무리된 것”이라며 지금에 와 한국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 징용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 협정에 어긋난 행동으로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이날 국회연설에서도 스가 총리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스가 총리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양국 관계를 규정한 뒤 “건전한 일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현안이 걸려 있는 한국과는 거리를 두면서 한국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는 또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여전히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겠다. 2002년 북일평양선언에 근거해 납치, 핵, 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그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봤으나 지난해 5월부터 조건 없는 북일 대화 카드를 꺼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아베 전 총리는 임시국회 소신 표명에서 이러한 입장을 내놨다. 이날 연설에서도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 정권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는 언급을 내비치게 됐다.
이날 스가 총리는 한국의 징용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성사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부각시킨 모습이었다. 외교계는 일본이 한국과는 거리를 두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에너지를 쏟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징용문제와 관련한 한일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