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시장 점유율 30% 달해…적극적 보상·개선책 필요
국내 증권사가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주식거래 시스템 전산 장애로 고객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72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시스템 장애 사고가 가장 잦았던 증권사로 키움증권이 꼽혔다. 특히, 키움증권은 올해 개인 고객이 폭증하면서 개인 시장 점유율이 30% 가까이 증가한 데 따라, 전산 장애에 따른 적극적인 고객 보상과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도 오전 9시부터 약 30여 분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키움증권 MTS를 이용해 국내 주식에 투자했던 한 투자자는 "돈이 얼마가 오가는데 이렇게 장애를 일으킬 수 있나 싶다"며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 전산 장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모두 20건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MTS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시스템 장애 사고가 가장 잦았던 증권사는 키움증권이다.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계 1위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키움증권에선 올해 들어 8건의 사고가 발생해 1638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는 올해 전체 증권사 민원 건수의 3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피해 보상 금액 규모만 전체 증권사 보상액의 76%에 달하는 55억6167만원이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존 전산 시스템은 평소 고객이 유입되는 규모의 두 배 정도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서버 용량을 초과하는 고객 유입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런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며 "키움증권이 현재 증권사 개인 고객 시장점유율(MS)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민원 건수가 많았던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원을 제기한 모든 투자자가 피해를 본 만큼 보상받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3년간 접수된 민원의 피해 보상 현황을 보면 키움증권은 67.3%(2111건 중 1554건)에 그쳤다. 이외 미래에셋대우·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이 각각 1223건, 21건, 4건에 대해 100% 보상했고, 신한금융투자 83.6%(745건 중 664건), 한국투자증권 81.6%(1533건 중 1162건) 순으로 피해 보상률이 높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종목에 대한 과거 거래 기록이 전무했거나, 전산 장애 발생 시 고객센터를 통한 유선 연결을 시도하는 등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피해 보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시스템 장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각 증권사에서 연간 투자하는 비용은 10개사 평균 729억8130만원이었다. 적게는 232억원부터 많게는 1188억원까지 증권사 간에 편차가 컸다.
미래에셋대우의 연평균 투자금액이 1188억569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1126억5314만원)과 한국투자증권(852억3900만원), KB증권(834억5463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키움증권의 연평균 투자금액은 820억9192만원으로 10개 증권사 중 5번째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시스템 장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서버 증설과 관리 인력 충원, 데이터센터 개선 등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서버 증설과 통신회선 증속 작업을 진행해 현재 고객 접속 수용량을 지난 3월 대비 3배까지 확대했고, 안정적인 고객 접속을 위해 추가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새로 오픈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거래량 증가에 따른 시스템 최적화 작업을 통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시스템 성능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증권사 전산 장애가 빈발하면서, 개별 고객들의 거래가 일시 중지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민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내년 시행될 금융소비자법에서는 증권사의 전산 장애로 인한 거래 기회 박탈과 관련해 명확한 보상 기준이 없다"며 "증권사 전산 시스템의 장애가 발생했을 때 개별 고객들의 거래가 중지된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 기준을 어떻게 둘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전산 장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던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만큼, 그 이익금을 고객들의 피해보상과 전산 시스템 확충 비용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키움증권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7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7036억원 대비 약 3배가량 불어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2215억원으로 지난해(531억원)보다 무려 316.9% 급등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시장참여가 크게 늘면서 키움증권은 3분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22.8%, 개인 시장 점유율 29.6%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