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추경으로 올해 쓴 돈 546.9조원… 이미 내년도 예산 하회
나라살림 각박한데 與 물론 野도 빚잔치 종용… 기재부만 '한숨'
"코로나에 편승해 지지율 경쟁으로 가고 있다보니 결국 예산 통제 기능을 상실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5일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국가 재정과 관련해 "여당도 야당도 예산을 제어하겠단 생각을 안 갖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부가 2021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 513조5000억원 대비 8% 늘린 550조원 안팎으로 초안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변수로 나라살림에 역대 최악의 구멍이 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특히 야당까지 4차 추가경정예산을 강조하고 나서는 태세를 보이고 있어 '견제' 주체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8월 결산국회 중인 입법부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비경제 부처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했다. 전날 경제 부처를 대상으로 질의한 데 이어 이틀째다. 각 상임위원회도 결산 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2019회계연도 결산 심사를 마치면 9월 정기국회에선 내년도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막판 당정(여당·정부) 협의를 거쳐 이번 달 중 확정·발표할 전망이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편성 예산 초안은 550조원 규모로, 2018년 예산이 471조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500조원대를 넘어 500조원 중반대를 향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예산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2018년 본예산 증가율은 평균 4.5%였지만, 지난해 9.5%에 이어 올해도 9.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출 확대로 나라빚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견제 기능은 오히려 동력을 잃는 양상이다.
특히 내년 예산 논의 과정에서 여당에선 증가율을 10%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비판이 거센 점을 고려해 8%선에서 타협했다는 후문이다. 입법부 본기능은 정부 국정운영과 예산에 대해 견제·감시하는 것이지만, 이같은 부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막겠다며 올해 적용한 세 번의 추가경정예산 역시 여당이 먼저 제안하고, 신중론을 펴던 정부가 결국 수용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미 적색신호가 들어온 대한민국 재정은 해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 3월 1차 추경 때 투입한 재정은 11조7000억원, 4월에는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 12조2000억원을 적용했다. 6월 3차 추경에는 36조1000억원이 들어갔다. 올해만 총 59조원의 예산이 추가된 것이다. 3차 추경까지 단행한 지출 구조조정은 약 25조원이다. 이를 빼도 올해 총지출은 546조9000억원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 초안을 하회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실정을 감안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4차 추경에 대한 보류 방침을 내렸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 등 당권주자와 일부 소속 의원은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쓰면 안 된다"는 기획재정부의 만류에도 "쓰고 보자"라는 주장과 "일부에게만 지원금을 주자", "일단 지켜보고 주자" 등의 논쟁이 난무한다.
일부 여당 의원은 전날 예결위 경제 부처 종합정책질의에서 정부를 떠보는 듯한 어투로 일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자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1차 지급 때처럼 똑같이 지급하는게 맞느냐, 효과가 있느냐 부문에선 의견을 달리한다"고 피력했다. 앞으로 추경은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홍 부총리 설명이다.
실제 지난 3차 추경 기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9%인 76조2000억원에 달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GDP의 5.8%인 110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에 달해 GDP의 43.5%로 껑충 뛰면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민 1인당 갚아야할 나라빚이 1600만원을 넘어섰다. 세금 수입(세수)도 크게 꺾였다. 올해 6월까지 들어온 세금은 총 132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조3000억원이나 적다.
헌법 54조에 따라 국회는 다음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사실상 11월 말까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2002년 이후 법정기한 안에 통과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여당은 증액, 야당은 감액으로 맞받아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야당도 빚잔치 추경에 동조하는 태세를 보이고 있고, 오히려 4차 추경에 대해선 야당이 먼저 제안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재정준칙도 없는 상황에서 야당까지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제계 우려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위 교수는 "야당이라도 예산 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결국 여당도 야당도 예산을 증액시키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2년 후)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투표를 위한 각 선거를 목적으로 한 예산 증액이 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추경 등에 대해선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필요한 예산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을 항상 보수적으로, 결정적 순간을 대비해 가지고 있어야 했다"고 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