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HMM '알헤시라스'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다
[르포] HMM '알헤시라스'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5.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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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400m, 에펠탑보다 높아…세계최대 2만3964TEU 적재
현대부산신항 시작으로 아시아·유럽 등 84일간 여정 항해
"알헤시라스는 한국 해운과 조선 산업 경쟁력 상징한다"
지난달 29일 현대부산신항(HPNT) 4부두에 정박한 HMM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Algeciras)호’. (사진=HMM)
지난달 29일 현대부산신항(HPNT) 4부두에 정박한 HMM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Algeciras)호’. (사진=HMM)

“이번에 명명식한 뒤 현대부산신항(HPNT, 이하 부산신항)에 처음 들어온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 알헤시라스(Algeciras)호가 바로 눈앞에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현대부산신항 4부두에 정박해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를 설명하는 방송이 들렸지만, 한눈에 담기 힘들었다. 알헤시라스호로부터 약 100미터(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봤을 때 선미의 일부만 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알헤시라스호는 길이 약 6m인 20피트(ft) 컨테이너 2만4000개 규모를 운반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수직으로 세웠을 때 길이는 프랑스 에펠탑보다 100m 더 높은 약 400m다. 갑판은 축구장 4개를 합한 면적보다 넓다.

알헤시라스호의 실적재량은 2만396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종전 최대 컨테이너 선반인 MSC의 ‘MIA호’ 적재 규모 2만3756TEU보다 208TEU 더 많다.

알헤시라스호를 끝에서 끝까지 걷는 데에만 약 10분 정도 걸렸다. 중간 지점에는 선원들이 선박과 부두를 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었다. 선박을 향한 사다리의 끝은 다른 선박처럼 선박의 상단이 아닌 중간 지점에 있었다. 높이가 다른 선박들보다 높아 중간 지점에 통로를 만들고 선원들이 오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알헤시라스호의 높이는 33.2m며, 총 23명의 선원이 탑승한다.

HMM은 이 같은 규모의 알헤시라스호를 통해 유럽 항로에서 잃어버린 해운업 경쟁력을 되찾아 해운 재건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알헤시라스라는 이름도 유럽대륙 최남단인 지브롤터 해협에 있는 스페인 남부 항구도시명에서 따왔다. 스페인의 알헤시라스 터미널은 지중해와 북유럽, 북미로 이어지는 최적의 환적항이자, 전략적 물류 거점으로 꼽힌다.

HMM은 화물 적재량 이외에도 올해부터 강화된 국제환경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황산화물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장착해 연료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개방형·폐쇄형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Hybrid Scrubber)를 설치해 항만별 규제에도 대비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지난달 23일 명명식 이후 중국 청도에서 4572TEU를 싣고, 같은 달 28일 오후 부산신항에 입항해 29일까지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었다. 29일 당일 알헤시라스호는 부산신항 입항 후 1031TEU를 내리고, 3615TEU를 선적하는 일정이었다.

지난달 29일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가 현대부산신항(HPNT) 4부두에 정박해 컨테이너를 싣는 모습. (사진=이성은 기자)
지난달 29일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가 현대부산신항(HPNT) 4부두에 정박해 컨테이너를 싣는 모습. (사진=이성은 기자)

100톤(t)급 높이 50m의 안벽크레인(QC, Quay Crane)은 알헤시라스호에 컨테이너를 쉴 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이진철 부산신항 영업담당 상무는 “1만TEU를 선적하면, 약 이틀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신항에는 화물 컨테이너를 옮기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QC에는 인력을 배치해 크레인을 조작하지만, 부산신항 내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야드(yard)의 크레인은 약 95%가 자동화돼 있다.

이 상무는 “야드크레인이 38기인데, 직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할 경우 120∼13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컨테이너를 옮길 때) 미세하게 조작하는 21명의 직원만 근무한다”고 강조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지난달 30일 오전 2시 부산을 출발해 앞으로 중국 닝보·상해·얀티안을 거쳐 싱가포르, 스페인 알헤시라스,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벨기에 안트워프, 영국 런던 등 11곳을 기항한 후 되돌아오는 84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한편 알헤시라스호는 지난 2018년 9월 계약한 12척의 2만4000TEU급 선박 중 첫 번째로 인도된 컨테이너선이다. 앞서 HMM은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조선 3사와 3조1000억원 규모의 선박 20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HMM은 이번 선박을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2만4000TEU급 12척을 모두 인도받고, 내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을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초대형선 20척을 모두 인도받을 예정인 오는 2021년말 HMM은 선복량 보유 기준 세계 8위 선사로 도약한다”며 “2만4000TEU 선박은 적재량 기준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으로, 한국 해운과 조선 산업 경쟁력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현대부산신항(HPNT) 4부두에 정박한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 (사진=이성은 기자)
지난달 29일 현대부산신항(HPNT) 4부두에 정박한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 (사진=이성은 기자)

[신아일보] 이성은 기자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