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낮은 상품 대폭 축소, 햇반·비비고 마케팅 강화
CJ제일제당은 올해에도 간편식 시장을 주도하면서 질적 성장을 가시화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춘 만큼, 햇반·비비고 등 메가 브랜드를 앞세워 내실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도 실적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부문은 호실적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대신 내식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간편식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즉석밥 1위 브랜드인 ‘햇반’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월 하순부터 비축물량 수요가 급증해 한 때 출고량은 평상시보다 2.5배 증가했고, 3월까지 평월 대비 평균 10%가량 늘었다.
한식간편식 브랜드 ‘비비고’는 주력상품인 만두와 국물요리 등의 수요가 늘면서 3월 한 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정도(온라인몰 ‘CJ더마켓’ 기준) 성장했다.
이 외에 고급 간편식 브랜드 ‘고메’의 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고, 밀키트(Mealkit, 식사키트) 브랜드 ‘쿡킷’도 2월 47%, 3월 100% 등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전에는 원 밀(One-meal) 형태의 간편식 소비가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집밥에 대한 다양한 니즈(Needs)가 발생하고 간편식에 관심이 없었던 신규 소비자들까지 유입되면서 관련 매출이 뛰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가공식품 매출에 대해 전년 동기(1조27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1조7000억~1조8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CJ제일제당이 식품산업부문에서 경영성과를 거둔 강신호 대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수혜를 발판삼아 시장지배력을 갖춘 햇반과 비비고 등의 간편식 마케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햇반은 1996년 12월 첫 출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국내 즉석밥 시장 성장을 주도한 브랜드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5% 성장한 48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7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기본 쌀밥 외에도 잡곡밥·흑미밥·오곡밥 등 종류를 꾸준히 늘리고 있고, 별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먹을 수 있는 콘셉트의 ‘햇반컵반’까지 브랜드를 확장한 상황이다. 특히 햇반컵반은 2015년 출시 당시 매출이 19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11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비비고’는 2~3년 전만 해도 만두와 김 정도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현재는 국물요리·죽·볶음밥 등 다수의 식품군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만두는 대표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비비고 김치왕만두’, ‘비비고 군교자’ 등 새롭게 선보인 제품도 히트상품 대열에 오르며 지난해 국내 냉동만두시장에서 4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 브랜드와 20%포인트(p) 이상 격차가 날 정도로 지배력은 견고한 수준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3160억원)보다 8%가량 높인 3430억원 달성이 목표다.
국물요리는 2016년 출시 이후 3년간 누적매출 3000억원을 올리며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종류 다변화에 공을 들여 전년보다 30%가량 늘어난 매출 167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집밥 수요 확대로 최대 2000억원(업계 추정치)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죽은 ‘파우치’ 콘셉트의 차별화를 통해 2018년 11월 처음으로 선보인 후 올 1월말 기준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하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에는 1000억원대의 메가 브랜드로 키워 시장점유율 1위 달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이 외에도 비비고의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최근 한식 반찬과 생선구이까지 영역을 활발히 확장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간편식 시장에서 햇반과 비비고 브랜드력이 견고하다보니, 타 브랜드보다 상품군을 확장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한 면이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압도적인 R&D(연구개발)와 핵심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점차 세분화되는 소비자 입맛을 겨냥해 다양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대신 수익성 낮은 SKU(상품 품목수)를 줄이는 작업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한 해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SKU를 1000여개 줄였고, 올해에도 300여개를 추가로 축소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니즈에 맞춰 간편식은 ‘가정에서 방금 만든 요리’ 콘셉트로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 구현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