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성과 앞세워 매출액·영업이익 '사상 최대'
전인장 회장 공백 메우고 경영능력 대내외 인정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사장은 ‘불닭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해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최근 횡령혐의에 대한 실형을 면하면서 입지를 굳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수 사장의 재신임은 무난할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3월30일 서울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당초 20일 원주공장에서 열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조치로 공장에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일정과 장소를 변경했다.
오는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다룰 주요 안건엔 ‘김정수 총괄사장 재선임’ 건이 있다. 김 사장이 주총을 통해 재선임될 경우 앞으로 3년 더 삼양식품을 이끌게 된다.
삼양식품은 현재 오너 2세인 전인장 회장 아래 2018년 3월부터 김정수 총괄사장과 정태운 생산본부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 회장이 지난해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오너 리스크’라는 악재를 맞았지만, 김 사장은 흔들림 없이 붉닭시리즈의 호실적을 이끌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했다.
실제 국내 라면시장의 성장 정체 가운데에서도 삼양식품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전 회장 경영공백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2018년 4693억원에서 지난해 5430억원(잠정치)으로 16%가량 늘리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551억원에서 783억원으로 무려 42% 증가했다. 경쟁사인 농심과 오뚜기의 매출 증가율은 5% 안팎이다.
특히 삼양식품은 지난해는 불닭시리즈를 앞세워 처음으로 해외사업(2730억원)이 내수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려,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불닭시리즈 탄생의 주역이다. 김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인 이후, ‘맛있으면서 중독성 강한 매운 라면’이라는 입소문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되면서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기준 불닭시리즈는 해외에서 2400억원, 내수 1000억원 등 340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국은 최대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 미주를 중심으로 80여개국에 이르며 매년 판로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제품 역시 오리지널 붉닭볶음면을 시작으로 마라불닭볶음면·커리불닭볶음면·핵불닭볶음면 등 국내외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20여 종류의 버전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김 사장이 탄생시킨 불닭볶음면은 출시 7년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열린 ‘제56회 무역의 탑’ 시상식에서 전 세계에 한국식품의 우수성을 알린 공로로 ‘브랜드 탑’을 수상했다.
이러한 가운데, 김 사장은 최근 회삿돈 횡령 혐의 판결에서 실형을 피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18년 남편이자 오너인 전 회장과 함께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월 판결을 통해 전 회장에게는 징역 3년을, 김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의 경영 활동은 큰 차질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 회장과 김 사장이 삼양식품의 최대 주주라는 점도 연임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양식품의 최대 주주(2020년 1월 기준)는 스프의 주원료인 야채 등 원물 공급을 담당하는 삼양내츄럴스로, 33.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내츄럴스는 김 사장(42.2%)과 전 회장(21.0%)이 최대 주주로 있다. 삼양식품은 삼양내츄럴스뿐만 아니라 전 회장(3.13%)와 김 사장(4.33%) 등 오너 일가의 소유 지분이 46.56%에 이른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전 회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경영성과는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분구조 등을 고려할 때, 김 사장의 연임은 무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