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이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에 오랫동안 수입맥주 ‘왕좌’를 지켰던 아사히 등 일본맥주는 마트·편의점에서 구입은 물론 식당에서 주문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다수의 유통업체들이 불매운동 영향으로 발주량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KATI 농식품 수출통계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일본맥주 수입액은 5만5000달러(한화 약 644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5만달러(79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가 사라진 자리에 국산 맥주업체인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특수를 누렸다.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두 업체는 비단 불매운동에만 기대지 않고 소비자 취향에 맞춰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제품을 내놓거나 부담을 낮춘 발포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출고가를 낮추는 등 차별화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쏟았다.
그렇다보니 이들 맥주업체는 불매운동을 발판 삼아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올리며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있는 모범사례로 볼 만하다.
일본 불매운동의 또 다른 축이었던 유니클로를 딛고 이랜드의 ‘스파오’, 신성통상의 ‘탑텐’ 등 국산 SPA 브랜드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토종 의류라는 강점과 함께 ‘애국’, ‘한국산’ 등을 집중 강조한 측면이 크다.
다만 국산 맥주업체와 달리 유니클로의 대체재로서만 부각된 점은 꽤 아쉬운 대목이다.
차별화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유니클로의 인기상품인 에어리즘과 히트텍, 감탄팬츠 등의 형태와 이름을 단순 모방한 것 같은 온에어·웜히트·탄성팬츠로 ‘반짝’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광고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다보니, 반사이익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개선의 조짐이 보인다면, 과연 토종 SPA 브랜드가 유니클로를 제치고 앞으로도 롱런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전문가들은 유니클로가 1등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창의성과 신소재 개발 등 기술력 덕분이라고 얘기한다. 지금 이 때에 우리 SPA 브랜드는 불매운동과 애국 마케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제품 경쟁력을 키워 어떤 수입 브랜드와 맞붙더라도 차별화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더욱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