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이란 권리가 없는 세입자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 건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사업연감에 따르면 지난 해 명도소송은 3만5566건으로 민사소송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월세를 못내는 세입자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명도소송에서 건물주가 패소하는 경우는 563건으로 3만 건이 넘는 전체 건수에 비해 미미했다. 대부분 건물주가 승소한다는 의미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화해’와 ‘조정’ 건수다. 화해와 조정이란 재판이 판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해서 사건이 종결되는 제도인데, 지난 한 해 동안 화해는 1667건, 조정은 2986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명도소송 중 13%가 넘는 수치다. 필자가 운영하는 법도 명도소송센터의 500건 이상 통계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부동산 명도소송에서 화해와 조정이 많은 이유는 재판부의 입장과 건물주의 입장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재판부의 입장과 부동산을 인도받거나 합리적 재계약을 원하는 건물주의 입장이 합쳐져서 화해나 조정이 성립된다는 설명이다.
명도소송에서 조정이나 화해가 이루어지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재계약유형’ 이고, 두 번째는 ‘부동산인도 유형’ 이다.
첫 번째인 ‘재계약 유형’은 ‘앞으로 세입자가 차임연체를 하면 즉시 부동산을 건물주에게 인도 한다’는 조건으로 합의된다. 세입자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건물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이후에 해지사유가 발생했을 때 다시 양식을 갖추어 상가명도소송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강제집행 절차를 밟으면 된다. 조정조서나 화해조서는 판결문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가 함부로 차임연체를 할 수 없는 효과도 동시에 누리게 된다. 또 건물주와 세입자의 합의가 성립되면 소송까지 진행됐던 깨져버린 관계가 회복되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한다.
두 번째인 ‘부동산인도 유형’은 ‘00일까지 부동산을 건물주에게 인도 한다’는 조건으로 합의된다. 건물주가 감수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 그 기간 안에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건물을 인도한다는 조건인 것이다. 세입자는 현실적인 이사준비기간을 벌 수 있다. 건물주는 한 발만 양보하면 명도소송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가진다. 보통 2개월~3개월 정도로 기간을 정하는데 약속한 기간이 지나도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는다면 집행절차를 밟으면 된다.
명도소송에서 조정과 화해제도를 통한 합의는 법원과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법원은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건물주는 건물을 인도받는 판결의 법적 효과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고, 세입자는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익은 소송까지 진행해야만 했던 깨져버린 관계가 회복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