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임상 성공·美FDA 허가 등 낭보 기대…각종 이벤트도 모멘텀
고의 분식회계·불법 리베이트 등 고질적 악습 탈피는 여전한 과제로
지난해 고의 분식회계와 불법 리베이트 의혹 등 연이은 악재로 바짝 움츠렸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올해에는 R&D(연구개발)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임상결과와 미국 FDA 허가가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모멘텀이 작동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연초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등 다양한 이벤트로 제약·바이오산업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 고의 분식회계·불법 리베이트 '먹구름' 걷히나
지난해 국내 바이오업계 거대 공룡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뤘고 제약업계에선 경남제약이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또 동성제약 등 5개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보건 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동성제약 등 수사선상에 오른 5개 제약사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압수수색이 예상됨에 따라 연초부터 업계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관련 감독 지침과 한국거래소의 신속한 상장 유지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R&D 열매 결실 '기대'…최소 3곳 美 FDA 승인 전망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래 신약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올해에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시작으로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한미약품의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등 최소 3개 품목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가 예상된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현재 허가 심사 절차가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 FDA 판매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지난해 FDA로부터 나보타의 미국 상표명 'Jeuveau' 사용을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말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의 판매 허가 신청서를 미 FDA에 제출했다. 이르면 올해 말 신약허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미국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노바메이트는 북미·유럽 등에서 뇌전증 환자 2400여명을 대상으로 위약대조 임상2상 및 대규모 임상3상을 통해 안정성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연초 FDA 신청으로 올 상반기 품목허가 획득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는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초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메지온의 '유데나필(폰탄수술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 결과 올해 1분기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3분기에는 바이로메드의 'VM202(재생의약 치료제)'와 신라젠의 펙사백이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부 제약사의 미국 임상 3상 결과와 미 FDA 허가가 예상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전망된다"며 "특히 이달 초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통해 라이센스 아웃 계약 체결 등 R&D 투자의 긍정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결국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위해선 학회 발표가 선제 조건이 돼야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요 학회에서 발표하는 기업들과 신약 물질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년 1월에 열리는 JPM컨퍼런스를 포함해 바이오USA(6월) 등 매년 학회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관련기업들의 참석 여부 및 임상결과 확인 등을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연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주목하라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 컨퍼런스)가 오는 7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JPM 컨퍼런스는 전세계 헬스케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제약·바이오 업계 3대 행사 중 하나로 '월스트리트의 쇼핑몰'이라고도 불린다. 올해는 전세계 50개 나라에서 1500여개 기업 관계자 3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성공사례에서 주는 파트너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JPM 컨퍼런스에 참석해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소개하고 그 해 11월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퀀텀프로젝트(지속형 인슐린)로 Sanofi에 무려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소개한 유한양행 역시 올해 11월 Janssen社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올해 국내에선 셀트리온과 삼바, 코오롱티슈진, 한미약품, 에이비엘바이오, 파맵신 등 약 30여 곳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 중 파이프라인이 임상 초기단계에 있는 기업은 기술 수출을 기대해 볼 수 있고 임상 후기단계에 있는 기업의 경우 마케팅 파트너 또는 수주계약 체결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JPM 컨퍼런스에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업계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향후 기술수출 계약체결로 이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만날 수 있다"며 "이러한 기대감으로 올해 초에는 일부 참석업체들의 주가강세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되는 파이프라인 후보군은?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지난해 동아에스티를 시작으로 SK케미칼, 유한양행 등에서 기술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 지난해부터 기술수출 풍년이 본격적으로 이어졌고,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이후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또한 코오롱티슈진과 인트론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의 기술수출도 이어졌다. 기술수출은 그 회사의 기술력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기술력이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올해에도 추가적인 기술수출은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튼튼한 R&D 파이프라인과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 회사의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달미 연구원은 "올해는 R&D 이벤트가 다양한 한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SK케미칼·대웅제약을, 유망 바이오종목으로 한올바이오파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선민정 연구원은 "R&D 기업으로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한미약품과 제넥신을, 수출 위주 기업으로 메디톡스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선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 완료로 기업가치의 레벨업을 기대할 수 있다"며 "메디톡스의 경우 중국에서 가장 먼저 정식으로 시판허가가 예상돼 올해부터 다시 고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