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고용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장기간 일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최근 19년 사이에 최다 수준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올해 1~9월 평균 15만2000명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명(6.9%) 늘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2000년 1~9월 장기실업자도 14만2000명으로 올해 1~9월보다 적었다.
국내 증시도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0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최대 낙 폭을 보였다. 코스피는 26일 기준으로 10월 들어서만 -13.48% 급락했고, 코스닥 지수도 -19.36%나 주저앉았다.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코스피에서 약 209조8510억원이 줄었고, 코스닥은 51조5290억원이 감소했다. 10월 한 달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261조3800억원의 시총이 증발한 셈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회복될 조짐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오히려 앞으로 한국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경고등만 깜빡거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8월의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99.2를 기록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통상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한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7개월째 전월 대비로 하락한데다가 올 4월부터는 100을 밑돌아 경기에 적신호가 커진 지 오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주력업종이 일제히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그나마 상승세를 타던 업종은 정점을 지나고 있고, 일찌감치 부진에 시달리던 업종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보다는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는 형국이다.
내달 1일부터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돌입한다. 정부가 올해 예산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이라는 ‘슈퍼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여야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여당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고용 상황 속에서 확장적 재정운용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원안 사수’를 목표로 삼고 있고, 야당은 선심성 퍼주기 예산은 절대 없다며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다시 회생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성장 동력을 잃고 추락할지 중차대한 시기에 놓였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될 내년 예산안이 어떻게 편성될지 감시하고 또 감시해야 할 시기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