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에서 캔에 들은 햄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스팸.
1987년 CJ제일제당에서 첫 출시된 스팸은 올해로 31살을 맞았다. 당시 '런천미트'와 '치즈햄', '장조림햄' 등 경쟁사들의 쟁쟁한 제품을 제치고 현재까지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1년 동안 판매된 개수는 약 11억개에 달하며 누적 매출은 3조9000억원에 가깝다.
사실 스팸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스팸의 모태는 미국 대공황 여파가 남아있던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호멜(Hormel)사는 당시 햄과 다진 돼지고기와 섞어 스팸을 생산했으며, 이는 미국 저소득층에게 아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전투식량으로 스팸을 채택하면서 유럽은 물론 태평양 등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에 스팸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들어왔다. 음식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당시 스팸은 돼지고기 특수부위와 같은 존재로 유일한 고기였다. 이 때문에 부유층이나 미군부대와 친분이 있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기까지 했다.
또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스팸이나 소시지, 햄버거 고기, 베이컨 등을 모아 식당에 팔 정도였다고. 여기에 김치를 섞어 만든 찌개가 바로 지금의 부대찌개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CJ제일제당이 호멜사와 기술제휴를 체결해 1987년 5월부터 스팸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스팸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캔햄이 지닌 이미지를 탈바꿈 했다는데 있다. 스팸이 국내에서 본격 생산되기 시작한 당시에는 먹을 게 없던 전쟁통 속에서 ‘값비싼 고기를 대체하는 저렴한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속적인 맛 개선과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켰다.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한국인 입맛에 맞게 짠맛을 줄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2020년까지 스팸을 4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스팸에 대한 사랑은 해외 언론사에서 취재할 정도로 각별하다”며 “31년 동안 이어져 온 소비자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철저한 품질, 위생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