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16곳 18명 채용… 총 급여 76억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신들의 규제 권한을 이용해 대기업에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 재취업 비리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16일 정재찬(62)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61)·신영선(57) 전 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간부들의 불법취업에 관여한 노대래(62)·김동수(63) 전 위원장과 김모(53) 전 운영지원과장,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제한기관에 취업한 지철호(57) 현 부위원장 등 9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취업한 직원의 연봉을 정해주는가 하면 후임을 계속 보내려고 계약연장에 대한 지침까지 하달하는 등 공정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기업을 수단으로 삼았다.
지난 2012년부터 민간 기업을 압박해 퇴직자를 채용토록 한 기업은 16곳, 이들 기업에 재취업한 공정위 간부는 18명에 이른다. 이들의 임금은 총 76억여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외부적으로는 합법적인 재취업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퇴직 전 몇 년간 다른 부서에 재배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 등이 기업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일자리 마련을 직접 요구했다. 특히 공정위는 채용 시기·기간·급여·처우를 사실상 직접 결정해 재취업한 공정위 간부들이 실질적 업무 없이 많게는 3억5000만원에 이르는 임원 대우급의 연봉을 받게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기업에서 공무원 정년을 넘기고도 퇴직을 거부하면 계약을 연장하지 말라는 지침을 기업에 내리기도 해 후임자에 대한 대비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공정위의 경우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불법 채용을 일삼은 만큼 그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기업과 유착 가능성을 차단해 공정위의 엄정한 사건처리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의 자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