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지역사회 모두 환영하는 집 만들기
발상 전환으로 민간서 어려운 실험적 시도
공공주택이 달라진다. 획일적이고 뻔한 디자인으로 눈총 받던 공공아파트가 신(新)주거문화를 선도하는 혁신 모델로 거듭난다. 정부는 입주자에 맞춘 디자인 혁신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사는 집'이 아닌 '정말 살고 싶은 집'을 만든다는 각오다.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과감한 혁신에 도전한다"는 역발상은 입주자는 물론 지역사회 모두에게 환영받는 새로운 공공주택을 기대하게 한다.
◇ '양에서 질' 화제 전환
지난 19일 서울시 용산구 KDB생명타워에 국내·외 건축·주택 전문가들이 모였다.
주택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관계자와 정부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공공기관 담당자, 건축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대학교수,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현실화 하는 건축가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공공주택'.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가 주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공공주택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총 100만호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5일에는 신혼부부와 청년 그리고 한부모 가족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신혼부부 청년 지주거지원방안도 마련했습니다.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을 200만호까지 늘려갈 계획입니다."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복지의 양적 측면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준비해 온 축사의 에피타이저였을 뿐 핵심은 따로 있었다.
"공적임대주택 확충 노력과 함께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지 않느냐 싶은데. 그게 바로 공공주택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인식을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죠. 굉장히 지난한 과정을 겪어 나가야 합니다."
손 차관은 그동안 양적 확대 중심으로 추진돼 온 공공주택 정책의 초점이 질적측면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 누가 봐도 공공임대…부정적 이미지 벗기
정부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오는 2020년까지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공적주택 총 100만호 공급계획이 담겼다.
총 80쪽 분량으로 배포된 로드맵 자료에는 공적주택 공급 물량과 대상, 방식 등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정부는 그 중 약 반쪽 분량으로 '공공임대주택 디자인 혁신을 통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 계획을 설명했다.
판상형·편복도 아파트로 획일화·고착화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특화설계를 지속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를 연례화하고, 수도권 고층 임대아파트부터 비도시지역 저층 타운하우스형 임대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설계주체들의 아이디어를 담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주택을 기존 '서민 주거공간'에서 '서민이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가 꺼내 든 비장의 무기가 바로 '디자인 혁신'이다.
당시에는 공공주택 물량 확대 이슈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내용이지만, 디자인 혁신은 정부가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속내에는 단순 주거지원 개념의 공공주택이 아닌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롤모델을 만들어보자는 포부도 담겨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주택 중에서도 특히 임대주택은 획일적 디자인의 반복 적용으로 '누가 봐도 공공임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발상을 전환하면, 판매 부담이 있는 민간분양주택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디자인 혁신을 오히려 공공임대에서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공주택 설계공모 연례화로 디자인 혁신의 첫 발을 뗀 국토부는 공공주택 전반에 걸친 디자인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