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끝날 줄 알았던 최순실 게이트가 날로 번져가는 분위기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자 누군가는 ‘최순실 관련 의혹이 우주에 있는 별 개수보다 많을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약품이다. 마늘주사·태반주사·감초주사 다량 구입에 이어 입에 담기도 민망한 비아그라, 팔팔정까지 다량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지난 201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대통령실’ 또는 ‘경호실’ 명의로 사들인 의약품은 76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미용이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약품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사제는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구입한 것이며 비아그라와 팔팔정은 아프리카 순방 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쯤 되면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다. 청와대가 약국인가.
실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난 3년간 구입한 약품 수가 대형약국을 방불케 하고 있다.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 리스트를 살펴보면 수면제, 고려은단, 탈모치료제, 금연 보조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나라 잘 이끌라고, 나라 이끌 대통령 보필하라고 뽑아둔 집단에서 세금으로 미용주사며, 다이어트 약이며, 발기부전치료제나 구입하고 있었다니 국민이 어찌 기가 안찰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끝까지 온갖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문이 막힌다.
청와대의 놀라운 복지 혜택의 끝은 어딜까?
이 정도의 혜택이라면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1순위 직장이 청와대로 바뀌진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발기부전치료제와 미용주사를 제공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온 국민이 손가락질 하고 있으며 온 국민이 외치고 있다.
이쯤이면 멈출 법도 한데 날이 가면 갈수록 불어나는 의혹은 이제 정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이번 주말 열리는 집회에 200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달 간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야’ 혹은 ‘퇴진’을 숱하게 외쳤지만 귀 막고 눈 감은 대통령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19일 열린 집회 때 광화문 언저리에서 초등학교 1~2학년 쯤 돼 보이는 어린 아이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을 바꿔 ‘우리의 소원은 하야’라며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줄 수 없다는 사실과 쌀쌀한 날씨에도 엄마 아빠 따라 이 곳까지 나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어른으로서 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대통령의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사실이 공개될까 기대될 정도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그것이 안된다면 대통령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제 정말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
당장 이번 주말 열리는 집회가 마지막 집회가 되길 소망해본다.
/고아라 편집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