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는 인허가부터 구설수… 경영권 싸움 재발 관측도
호텔롯데 상장을 한차례 연기한 가운데 연말에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예정된 상황에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 롯데그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의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 그리고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의혹으로 신영자(74)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자택과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같은 검찰의 전방위적 압수수색은 롯데그룹과 계열사는 물론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신 회장 자택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롯데 오너가를 대상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롯데그룹과 신 회장 일가를 겨냥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면세점은 비상이 걸렸다. 그룹 차원의 비리가 밝혀질 경우 부정한 이미지가 낙인 찍혀 롯데의 핵심사업에 줄줄이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보듯 훤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장을 앞두고 호텔롯데는 금융위원회에 최근 수년간의 결산 재무제표 등을 포함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시까지 마쳤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 혐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호텔롯데가 매출을 누락해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상장 예정일이 롯데그룹의 장녀인 신 이사장의 로비의혹으로 이달 29일에서 한 차례 연기된 가운데 비자금 의혹까지 겹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특히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호텔롯데의 회계와 재무제표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심사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 28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7월 28일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호텔롯데 상장과 함께 롯데그룹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 바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획득이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연매출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월드타워점 재승인에 실패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지만 올해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3개 추가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사일생'의 기회를 맞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검찰의 신 이사장과 비자금 수사로 인해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에서 큰 감점이 예상되고 부정적 평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는 네이처리퍼블릭 건은 신 이사장의 개인 비리인 만큼 롯데면세점과 관련이 없고, 매출 누락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입점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특허를 받을수 있도록 준비에 철저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특허 취득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완공 6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공사를 총괄지휘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수사 여파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 대표가 롯데마트에서 영업본부장을 지낸 시절, 제대로 제품을 검증하지 않고 판매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구속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롯데물산은 벌써부터 대표 유고 사태를 대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제2롯데월드는 사실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다.
롯데그룹은 1988년 제2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한 이레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지만 인근 서울공항의 군용기 안전문제로 번번이 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2007년 국무조정실로부터 사실상 불허 결정을 통보받기도 했다.
하지만 MB정부는 이런 안전성 우려에도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틀어서 롯데가 제2롯데월드를 재조성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군과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구 부산시청 부지와 인근 바다를 매립해 조성되고 있는 '부산롯데타운'과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 롯데복합테마파크 등도 역시 각종 특혜시비에 휩싸여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롯데그룹이 이명박 정권에서 상당한 특혜를 입었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 수사가 MB 측근을 향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분쟁은 제2롯데월드 안전문제보다 그룹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두 사람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지난해 8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원안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비자금 수사가 그룹 오너인 신 회장으로 향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6월 말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시점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미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이 상황을 이용해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롯데그룹을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며 "롯데그룹의 사업 추진도 문제지만 각종 비리의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는 국민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