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톡톡] 전업맘 vs 워킹맘 편가르기 없어져야
[워킹맘 톡톡] 전업맘 vs 워킹맘 편가르기 없어져야
  • 신아일보
  • 승인 2016.01.25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아침 9시30분경 어린이집 앞에서 그녀들의 만남은 시작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들어가고 나면 그 길로 동네 카페에 모여 수다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그 멤버 그대로 장을 보러 간다. 오후 4시 무렵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하원 시킨 뒤 그녀들이 향하는 곳은 키즈카페. 해가 질 무렵에서야 그녀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그녀들의 핸드폰이 바빠진다. 그녀들의 단체 대화방에는 아이를 재워야 하는 밤 10시 무렵까지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 말은 “자세한건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그녀들은 무슨 대화를 그렇게 길고도 재미있게 할까?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수다 가운데 꼭 우리아이 같은 반 엄마가 있다. “누구 엄마 가방 샀더라?” 또는 “누구 엄마 해외출장 간다더라?” 등의 말로 누군가 물꼬를 터주면 몇 시간짜리 먹잇감이 되고 만다.

뭘 잘못한 것도 없이 누군가의 대화에서 먹잇감이 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정작 본인을 알 수 없으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 못하는 여자의 흔한 자격지심으로 치부하기엔 사실 전업맘(전업주부 엄마)들의 파워는 대단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 했던가.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워킹맘은 실로 형편없는 사람이 되곤 한다. (물론 모든 전업맘이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정원 169명의 동네에서는 꽤나 큰 규모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큰 아이 3살 되던 해 생긴 이 어린이집에 1호 원생으로 등록하면서 준공이 나기도 전부터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한 달 가량을 일대일 맞춤 선생님을 통해 보육해준 나름 고마운 곳이다.

1호 원생인 아이를 둔 엄마인데도 불구하고 원생 110명이 넘는 상황에서 나는 딱히 아는 엄마도 없다. 소위 말하는 ‘왕따’를 당한 것이다.

어느 날 그나마 알고 지내던 엄마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누군지는 말 못하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자기 이상한 사람 돼있더라. 콧대 높고 싸가지 없다고, 그리고 선생님들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막 욕하더라. 내가 그런 사람 아닌 것 같다고 했다가 나까지 흘겨보는 통에 혼쭐났어.”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을까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어쩐지 예전에는 같은 반 엄마들이 종종 어린이집 소식이나 학습지, 학원 소식을 전해주곤 했는데 몇 달 전부터 싹 끊겼다했다. 다들 사는 게 바빠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왕따가 된 것이었다.

그녀들 중에 가장 입김이 센 엄마가 화근이었다. 지난 여름 평일 오전에 있었던 어린이집 행사에 참석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회사에 말하고 잠깐 들렀던 적이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행사가 끝나자마자 차에 오르던 내게 그 엄마가 차나 한 잔 하자고 말했었는데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거절한 것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었다는 것이다. 꽤나 밝게 웃으며 최대한 고운 목소리로 미안함을 담아 거절했었다. 그런데도 역시 결과만 남았다.

그냥 싫단다. 일한다고 재는 모습도 싫고, 화장하고 말끔하게 애들 등·하원 시키는 것도 싫단다.

물론 지금 그 선봉에 섰던 엄마는 이사 가고 없다. 그 여파 역시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도 친한 엄마는 몇 없다. 같은 반 엄마들의 전화번호는 알지만 먼저 안부를 묻고 살기엔 24시간도 모자르다. 그런데 그게 잘난 척이 될 때가 있다.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떠올랐다. 워킹맘의 노고를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편 가르기, 그 시작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