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해서는 안돼
국회 윤리자문위 위상 강화도 필요
국회의원들의 권력남용과 일탈 행위에 ‘특혜취업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출신 심학봉 의원이 40대 여성과의 ‘성폭행 의혹’으로 추한 모습을 보이더니 불법 정치자금 3억원대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박기춘 의원이 결국 구속돼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여기에 더해 ‘여의도 취업갑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국회의원 딸과 아들의 잇따른 특혜취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딸은 지난 2013년 지역구인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의 변호사 채용에 합격했다.
당시 윤 의원은 LG디스플레이 사장에게 전화 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 봐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지역구 국회의원 자녀를 채용하기 위해 없던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윤 의원은 “청탁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누가 이를 믿겠는가.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특혜취업 의혹’도 불거졌다.
채용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었던 손범규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고양 덕양갑 국회의원이었으며, 아들의 채용 특혜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김태원 의원은 덕양을 국회의원으로 친분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 의원은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황상 이 말도 믿기 어렵다.
이번 의원들의 자녀 채용특혜는 ‘법조판 음서제(蔭敍制)’라고 할 만하다.
국회의원 자녀들이 로스쿨만 나오면 특혜취업이 이뤄지고 있으니 사법시험 존치 논란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자녀들의 특혜취업은 이들의 사례만은 아닐 터.
오죽했으면 고관대작(高官大爵) 자녀들을 위한 ‘토탈케어(total care)’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의원의 ‘청탁·특혜취업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지 미지수다.
그에 따른 처벌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는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경쟁적으로 약속했지만 말 뿐이었다.
국회의원들의 일탈과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의원 가운데 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모두 18명이다.
하지만 국회 윤리특위에서 징계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눈가리고 아웅,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국회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회의원은 일반 공무원을 넘어서는 헌법기관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이 아닌가. 그래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따라서 누구보다 더 엄격한 법의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적당히 눈 감아 주는 시절은 지났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합당한 징계와 처벌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동료의원을 징계한다는 점에 대한 부담과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의원만 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제대로 심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문위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 추천권한을 외부인사로 확대하고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헌법에 국회의원들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일에 국민의 혈세를 쓴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폭행 의혹’, ‘불법정치자금수수 의혹’ 등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마당에 자녀들의 취업청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회의원의 도덕성 유지는 간단하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선을 지키면 된다.
이제부터라도 중대한 잘못이나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사퇴만 하면 그만’이라는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들 마음이 떠나면 그때는 정말 끝이다. 연줄이 끊어지면 연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이참에 국회의원들은 도덕의 줄, 바른 정신의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