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春
봄이면 벚꽃 피는 광덕산 바라보기 그리고 왕벚나무 길 따라 꽃빛 공원 슬슬 돌아다니기. 그러다가 잠든 분들 묘비명 읽어보기. 묘비명 읽으며 인생 한 수 배우기. 평장 혹은 토분 사이로 어슬렁거리며 삶과 죽음에 대해 명상하기.
- 여름夏
여름이면 안개에 덮인 광덕산 바라보기. 안개 걷히는 것 구경하다 너무 아름답다고 지인들에게 전화 걸어 자랑하기. 장대 같은 장맛비가 쏟아지면 비옷 입고 광덕산 둘레 슬슬 돌아다니기. 작은 연못가에 연꽃 그리고 수련이 피었나 확인하기. 밤나무 숲길 걸어 다니며 너도밤나무 기억하기. 점심 먹고 쉬는 시간 이용해 우리만 아는 나물 뜯어오기.
- 가을秋
가을이면 창문에 기대 양촌리 커피 마시며 단풍 구경하기. 공원에 싸돌아다니는 아이들 노는 모습 탐색하기.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 피는 녀석들 은근히 겁주기. 공원과 광덕산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말 붙이기. 밤나무 숲길 걷는 척하며 밤 주워오기.
- 겨울冬
겨울이면 눈 오는 광덕산 바라보기. 폭설 내리면 철부지 아이들 꼬드겨 눈 덮인 광덕산 놀러가기. 멍청한 참새와 비둘기 새총으로 맞히기. 산책로에 눈길 내고 아이들과 눈썰매 타기. 폼 나게 등산복 차려 입고 광덕산 오르는 동네 분들과 얘기하기.
심심할 때 마을 구경하기 혹은 사람 구경하기는 요런 재미가 있다. 사람 많이 다니는 공원 같은 곳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하든 아니면 곁에 앉아 엿듣는 재미는 또한 어떤가? 세상을 사는 재미는 간혹 예술가적 상상력을 갖게 해서 좋다.
쓸데없는 짓도 해보고, 동네를 쏘다니며 어슬렁거리는 것에서 회복이 온다. 가끔 되지도 않는 일도 만들어보면 심신이 평안해진다.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와동이다.
안 사네 안 사네 하면서 사는 곳이 안산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와동은 진심으로 정감이 가는 곳이다. 골목길을 탐색하며 담장 너머로 뻗은 과실수와 꽃들을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감동이 온다. 이래서 나는 와동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