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친구끼리 다른 시간표… 고교학점제 첫 도입
반 친구끼리 다른 시간표… 고교학점제 첫 도입
  • 장덕진 기자
  • 승인 2025.03.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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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교실 깨울 것" 기대 속 '불안한' 학생·'부담스러운' 교사들
(사진=연합뉴스)

올해 신학기부터 고교학점제가 전국 고등학교 1학년에 전면 도입됨에 따라 학생의 과목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학사 제도는 물론 수업, 평가, 교육여건 정비에 이르기까지 학교 전반에 새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1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었다면 이제부터는 반드시 배워야 하는 내용은 공통과목으로 지정돼 학생이 의무적으로 수강하되 이를 제외한 과목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고교 1학년은 우선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과목 48학점을 듣는다. 또 학기 초 진로·적성 검사와 상담을 받고 5월께부터 다양한 선택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어 2학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과목 수요조사 과정을 거친 후 2학년 때 들을 선택과목을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교 학사운영도 학점 이수 기반으로 바뀌어 같은 학교·학급 학생 간에도 서로 다른 수업 시간표를 짤 수 있게 됐다. 또 학생이 소속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없을 경우 다른 학교나 지역 대학·교육기관, 온라인 학교 등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돼 학교 간 '벽'도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은 공통과목 외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192점 이상이면 졸업이 가능해진다. 다만 과목출석률(수업 횟수의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이 충족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은 방과 후나 방학 중 보충지도 등을 받게 되며,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했을 시 유급 대상에 포함되나 교육 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하는 게 숙제다. 또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로 찾아가 수업을 듣게 되면 관리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 당국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각자 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성취도를 평가함으로써 경쟁이 아닌 성장을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교육 당국의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학교 현장에 대한 점검과 확인을 지속해 실시할 것"이라면서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과제 발굴과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사들은 늘어난 수업이 다채로워지는 만큼 수업 부담이 가중돼 학업성취율 평가의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김희정 경기교사노조 대변인은 "다과목 수업과 고교학점제로 생긴 행정 업무, 진로 및 선택과목 설계 지도로 인해 교사들은 업무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입시에 유리한 수업으로 학생들이 쏠릴 가능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준다는 고교학점제 취지와는 달리 2028학년도 수능은 통합형으로 치뤄진다는 점에서 서로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핵심 교육 공약으로, 2017∼2018년 기본방향 및 도입 일정을 발표했고 2018∼2022년 관련 법령과 교육과정 개정 등을 통해 운영 기반이 마련됐다.

이어 윤석열 정부도 고교학점제 추진·보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했다.

zh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