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탄핵 반대' 비대위가 정권창출 할 수 있겠나"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새로 들어설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기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과 비대위원장 후보 등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한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오는 부분과 내부에서 모셔오는 부분에 대해 의원들이 더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아직 따로 없다면서도 "어떤 조건과 평판, 능력을 가진 분이 와야 한다"고 피력했다.
당내에서는 비대위원장을 원내 인물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인사인 한동훈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당시 당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 중진들을 중심으로 '당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5선인 권영세·나경원·김기현 의원 등이다. 이들은 모두 친윤계다.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다만 이를 두고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친한계 6선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들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그런 분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았을 때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우리 당이 승리할 수 있겠는가"라고 힐책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 탄핵을 반대하는 정당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과연 정권창출을 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 원내대표 등 당 중진 인사들은 원외 인사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대위원장 선임 시 차기 대선 출마가 어려워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재창당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집권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라며 "비대위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당 간판을 내리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구성을 놓고 외부 인사니, 덕망가니 하며 한가하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존망의 위기"라며 "이번 비대위는 당의 재창당 준비위원회 수준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의 이번 비대위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5번째다. 국민의힘은 그간 주호영·정진석·한동훈·황우여 비대위를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