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에 내린 눈 폭탄으로 교통사고가 급증한데다, 손해율은 이미 지난달 적자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새벽부터 이틀째 내린 폭설은 역대급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서울 관악구에는 41.2센티미터(cm) 눈이 쌓였고, 경기 수원은 관측 사상 최고치인 43.0cm를 기록했다. 강원 평창과 충북 진천도 각각 30.3cm, 39.1cm의 적설량이 집계됐다.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빙판길 추돌사고 등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전날 강원 원주시 호저면 만종사거리에서는 차량 53대가 추돌해 7명이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내린 눈이 얼어붙어 차량이 미끄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에 폭설로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난달 손해율이 적자 구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걷은 보험료에서 사고로 인해 지불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80%의 손해율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이를 웃돌면 적자 구간으로 평가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4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5.2%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81.5%)과 비교하면 3.7%포인트(p) 상승한 수치였다.
각사별로 KB손해보험이 87.8%로 가장 높았고 현대해상이 85.8%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84.2%, 82.9%였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 영향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은 예견됐던 바”라면서 “폭설로 인해 사고접수가 급격히 늘고 손해액도 높을 것으로 판단돼 다 따져봐야 알겠지만, 손해율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손해율 악화는 자동차보험손익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4대 손해보험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관련 순이익은 총 47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76억원) 대비 42.3% 감소했다.
KB손해보험은 32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5.5%나 줄었다. 현대해상은 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8% 감소했다. DB손해보험 역시 33.9% 감소한 1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화재도 33% 줄어든 1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상생 금융 차원에서 2022년부터 2년 연속 이어졌던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손해율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내년에는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해 손해율이 크게 상승한 데는 보험료 인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지금 추세를 보면 내년 보험료 인하는 물 건너갔고 가장 손해율이 크게 치솟는 12월도 남아 있어 내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금융당국의 보험료 동결·인하 압박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