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 공백 탈출구를 모색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이날 학회 임원들에게 "그동안 의학회는 의협(대한의사협회) 중심의 하나 된 목소리를 강조하며 힘을 보태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 운영위원회에 이어 전임 회장님들과 심도깊게 논의한 끝에 여야의정 협의체에 KAMC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이번 결정 이후 여러 비난을 받을 수도, 의학회의 입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고민한 후에 결정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부디 이번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 해결의 한 알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사님들께 미리 말씀드리고 일일이 상의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의정 사태 해결을 위한 어려운 결정임을 이해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학회와 KAMC 외에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현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학회와 KAMC 결정에 대해 "아직 파악한 바가 없다"면서도 동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매주 (대한의학회 등과) 회의를 해오긴 했지만, 들은 바는 없다"며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 상황 공유를 해왔는데, 이번 주는 아직 회의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의정 갈등의 '키'를 쥔 전공의들은 2025년도 의대 정원 백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핵심 의사단체들도 여전히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등 정부와의 대화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학회·의대협회가 의료계의 입장을 한목소리로 대변할 수 있을지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여야 정당과 의료계,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4자 협의체'로, 의정 갈등으로 발생한 의료 차질과 혼란을 수습하고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만들자는 취지였으나, 2025년도 의대 증원 등 쟁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평행선을 달려왔다.
앞서 지난달 4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초당적 협의 기구인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달 6일 "의료 공백 해소와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야당과 의료계에 공식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