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름 전만 해도 열대야로 잠들기 힘들었지만 무더위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추석연휴에 30도가 넘는 날이 계속되고 폭우까지 내리자 이상기후가 다시 이슈가 됐다. 최근 남부 지방 폭우로 배추 한 포기에 8000원이 넘어서면서 기후위기가 우리의 식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난 8월19일 한국은행은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상기후로 인해 산업생산 증가율이 약 0.6%p 하락했다고 밝혔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과 건설업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컸다.
이 보고서는 기온, 강수량, 가뭄 등이 이상기후 현상을 일으키면 식료품, 과실, 채소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2010년부터 있었지만 2023년 이후 이상기후가 식료품과 과실 물가에 미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산업생산 전반에 더 크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기금(GGRF), 유럽연합(EU)의 혁신기금(IF), 사회기후기금(SCF), 독일의 기후전환기금(KTF), 일본의 녹색혁신기금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기후대응기금을 2022년부터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대응기금은 약 2조원 규모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산업 △신유망 저탄소사업 생태계 조성 △공정한 전환 △제도 기반 구축 등 4가지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후기금 재원은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탄소중립 전환이 취약한 지역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일본의 녹색혁신기금은 우리의 10배에 달하는 2조엔에 이르고 식품, 농업, 임업, 수산업에서의 배출 저감과 기술 개발에도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운영중인 기후대응기금은 아직 도입 초기단계여서 규모를 늘리고 지원 대상도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특성에 따라 기후위기대응 관련 사업추진을 위해 조례를 만들고 기금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역에서 만드는 기후대응기금은 그 지역의 특성에 맞은 용도로 사용하면 기후대응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광명시는 녹색성장 기본법 제69조에 따라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작년 9월 ‘광명시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했다. 기초자치단체로서는 드물게 기후대응기금을 선도적으로 조성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은 2020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연평균 4.17%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달성 가능한 것으로 EU의 연평균 감축률 1.98%와 비교할 때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제 기후대응기금이 지자체로 확산되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 김영우 (사)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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