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매년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더 나은 공공주택 디자인과 설계를 찾아왔다. 이는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LH가 기울이고 있는 오랜 노력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입주민 거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주변 지역민들과도 어우러지는 마을을 구현해 왔다.
작년엔 이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인천검단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불거진 철근 누락 사태, 설계·감리 전관 특혜 논란 등이 연달아 터지며 7월 이후 현상설계 공모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다.
LH는 올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거듭된 논란으로 떨어진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 책임설계 풍토 조성과 설계품질 혁신을 위해 공모 제도를 정비했다. 국민에게 다시 신뢰받는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에서다.
그 결과 지난해에서 이연된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반기에 공모를 진행한 블록은 78곳으로 올해 예정했던 전체 물량 96곳의 81.3%를 채웠다. 지난해 공모 실적 31곳에 비해선 2.5배 늘었다.
특히 하남교산,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와 과천과천, 의정부법조타운, 광명하안2 등 수도권 공공주택지구를 중심으로 새로 공급할 공공주택의 청사진을 모색했다.
상반기 LH 현상설계 공모 결산 기사를 통해 살펴본 당선작들은 지구·블록별 위치에 따른 특징을 잘 살리고 보완한 설계를 선보였다. 주동 층수와 디자인을 다양화해 주변 자연, 도시 맥락과 조화로운 경관을 그리고 단지와 주변 일대에 필요한 특화 커뮤니티시설들을 꾸렸다.
물론 신뢰 회복 차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평가에서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를 강제 차등 없이 그대로 반영해 심사위원 개개인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별 연간 수주 건수 제한이 폐지돼 대형사들이 몰리면서 신규업체가 참여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필요한 건 계속해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와 시스템 혁신이다. 이를 통해 거대한 조직과 관련 산업계에 새로운 DNA를 심고 안착시켜야 한다.
최근 공급 부족 이슈 등으로 인해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LH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본청약이 시작되는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공공주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이달 1일로 창립 15주년을 맞은 LH,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노력과 함께 혁신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다시금 신뢰받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