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개별적 노동사건 중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는 근로자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많은 노동 분야 전문가들이 동의할 것이다.
근로자성 여부는 임금체불, 해고, 산재 인정 등에서 끊임없이 이슈가 되는 중요한 쟁점이다. 이유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이 근로자와 사용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도급)는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근로자가 아니면 일하다 다쳐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며 임금을 받지 못해도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없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부당해고 등 구제 신청을 노동위원회에 할 수도 없다.
직종의 성격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가 판단의 쟁점이 되기도 하지만 살펴보고자 하는 점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근로계약서 대신 도급계약서를 작성했으나 추후 근로자임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다.
일반 사무직뿐 아니라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로는 임원, 학원강사, 지입차주, 스포츠센터 강사, 미용실, 프로그래머 등 IT 업종, 보험설계사, 배송업, 판매업 등이 있다. 이처럼 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주로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 부담을 피하려는 양측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세는 월급이 300만원일 때 약 10만원 정도이지만 월급이 600만원이 되면 세금은 60만5990원으로 6배가 된다. 근로소득세가 월급 전체에 동일한 세율이 아닌 구간별로 차등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사업자로 신고하면 사업소득세는 월 소득의 3.3%만 납부하면 되고 4대 보험료도 부담하지 않아 사업소득자로서 부담하는 종합소득세와 일부 보험료를 고려해도 근로자로서 부담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어진다.
하지만 분쟁이 발생하는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퇴직할 때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퇴직금이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청구하거나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경우다.
노동법은 계약서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고용 관계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따라서 사업소득자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소득 신고를 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근로자를 보호하고 구제하는 것은 노동법의 취지에 부합하지만 의무는 부담하지 않은 채 개인사업자로 지내다가 근로자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는 마치 비용은 부담하지 않고 이익만을 취하려는 무임승차와 같은 상황이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근로자들의 부담으로 해결된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회사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노무 제공자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운영하는지, 고정급 지급 여부, 4대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다44276, 2013.6.27.)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준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혼재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노사 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판단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당사자뿐 아니라 담당 기관의 업무도 과중되고 있다. 따라서 사건별로 해결하기보다는 일정한 기준에 따른 일관된 해결책이 요구된다.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대한 판례중에서는 “당사자가 당시 작성한 계약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그 계약서의 내용을 쉽게 무시할 것은 아니다”(서울고등법원 2012.6.28. 선고2012누1275 판결)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기준은 당사자간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근로자성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판례는 사회적 공정성을 추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곤 노무법인 아성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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