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토양 위에 철제 구조물과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마치 석유화학단지처럼 늘어서 있다. 그 뒤에는 2개의 작은 달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지상에는 로버가, 공중에는 드론이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20~30년 이후 화성에 지어질 거주지다. 챗봇(Chatbot) AI에 의뢰해 상상도를 그려봤다. 화성 거주지는 생활모듈, 연구시설, 에너지 생산시설, 로켓 발사장, 식물 재배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제사회가 달과 화성에 전진기지와 거주지를 건설하기 위한 연구와 사업에 경쟁적이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보내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사람이 화성까지 타고 갈 우주선 스타십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지난 6월 4번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스타십은 승객 100명을 태울 수 있고 최대 200톤(t)의 화물을 싣고 화성까지 곧장 갈 수 있다고 한다.
머스크는 화성에 거주지를 구축하려면 스타십으로 1만번 비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높이 121미터(m)에 무게가 4900t인 스타십을 매일 1대씩 생산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의 야심 찬 계획에 아마존과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비롯한 여러 우주기업들이 상업용 우주 발사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국제 추세에 따라 한국도 정부 주도 우주개발(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주도의 우주경제(뉴 스페이스)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5월말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했다. 하지만 한국의 우주기술과 산업환경은 열악하다. 당장 우주청의 할 일은 태산인데 예산은 여전히 1조원이 못 된다. 우주청 개청 이전에 계획된 연구개발 사업에 예산 대부분을 투입하고 나면 새로 투자할 여력이 별로 없다. 획기적인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
더구나 한국의 우주 발사체 기술은 미국을 기준으로 18년 이상 뒤져있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발사체 기술의 격차가 더욱 뒤처지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이 10년쯤 뒤부터 달과 화성에서 기지와 거주지를 건설하려 할 때 한국은 국내 기술로 제작한 우주 발사체를 타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보다 우주 발사체 기술에 다소 앞선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구소련식 기술을 사용하는 발사체와 고가의 위성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다. 메탄 연료에 재사용이 가능한 신기술 발사체를 개발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위성도 PC를 조립하듯 모듈식으로 저렴하게 제작하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위성 클러스트를 구축할 수 있고 국제 경쟁력을 점할 수 있다. 지금처럼 천수답식으로 정부의 수주만 바라봐서는 한국이 우주경제를 효과적으로 창출하기 어렵다.
또한 조만간 본격화될 달과 화성의 기지와 거주지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건설에 필요한 기술 대부분을 한국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플랜트 사업이나 ICT, 원자로 등이다. 이 분야는 한국기업들이 세계 1·2위를 다툰다.
따라서 한국이 우주경제에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 기업에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에 강력한 도전 정신을 가지면 한국이 세계 우주경제의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다.
/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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