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파리올림픽, 패션 경기 순위는?
[금요칼럼] 파리올림픽, 패션 경기 순위는?
  • 신아일보
  • 승인 2024.08.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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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뷰로 이영희 대표
 

2024년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불볕더위가 한창일지라도 '입추'가 되면 어김없이 새벽에 찬기가 느껴진다던 외할머니의 말씀은 틀렸다. 요즘 불볕더위는 절기와 상관없이 인정사정이 없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기록적인 폭염은 파리올림픽을 향한 응원의 열기로 식혔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요법이 성공한 셈이다. 파리올림픽이 개막한 지난 7월26일부터 8월11일 폐막식까지 매일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승전보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무더위와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역대 최다 금메달을 기록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세계 순위 8위에 올랐다. 파리올림픽에서의 또 다른 성과는 경기중 선수들을 통해 보인 대한민국 미래의 푸른 신호등이다. 경기 때마다 보여준 MZ세대들의 훌륭한 매너와 강인하고 흔들림 없는 멘탈,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당찬 자세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들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희망을 품게 했다.

올림픽은 '스포츠 외교의 장'이라고 한다.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은 물론이고 국격과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패션업계에 종사해 온 필자로서는 이번 올림픽에서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 선수단의 단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참가국들은 경기 이전에 단복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국가별 패션쇼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단복을 공개하면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평가에 나선다. 해외 주요 언론사들은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나라들의 우수 단복을 선정해 소개했는데 공통적으로 몽골의 단복에 대해 "당장 금메달을 줘야 한다"며 극찬했다.

레슬링, 사격 등 9종목에 겨우 30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몽골의 단복이 어느 정도길래 이같이 극찬을 할까? 몽골의 단복은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콘셉트로 고급스러움과 세련미, 정교함에 스타일링까지 완벽하게 챙겼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기반을 둔 '미셸&아마존카(Michel&Amazonka)'라는 브랜드에서 제작한 단복은 다양한 전통적 문양과 더불어 에펠탑과 올림픽 성화, 엠블럼 등을 금사로 수놓았고 전통의상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매끄럽게 적용했다. 한 벌 제작에 20여 시간이 소요될 만큼 수작업도가 높다고 하니 몽골이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작심하고 공을 들였음이 틀림이 없다. 다만 단복의 역할과 기능적인 면에서는 과한 부분도 없지 않다.

우리 선수단의 단복은 차분한 느낌의 청색, 즉 벽청색이다. "동쪽을 상징하면서 젊은 기상과 진취적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재킷에 허리 벨트가 있는 '벨티드 셋업 수트' 양식이다. 수트에는 여름 울소재를 썼고 상의 안에 입는 흰색 라운드 티셔츠는 냉감과 흡한속건(땀을 쉽게 흡수하고 빨리 마름)의 소재를 사용해 제작했다. 재킷 안감에는 청자와 백자문양이 새겨져 있다.

몽골이 보이는 곳에 너무 공을 들였다면 한국은 보이지 않는 섬세함까지 잡은 반면에 막상 드러내야 하는 부분을 간과했다. 태극 마크를 제외하면 전혀 한국적인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종목이 다른 다양한 체형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벨티드 스타일은 모델이 착장했을 때처럼 세련돼 보이지 않거나 불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라운드 티셔츠보다는 제대로 갖춰진 셔츠를 입는다든지 '팀코리아'를 좀 더 부각시키는 편이 좋았을 것이란 조언도 한다.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운영된 코리아 하우스의 K-콘텐츠 존에는 2만7000여명이 몰리는 폭발적 성원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 K-스포츠와 더불어 K-컬처에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이러한 대세에 발맞춰 국가를 대표하는 단복도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 격을 더하고 표현력을 높였으면 좋겠다. 국격은 대세에 묻어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디테일도 충실히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이영희 서울아트뷰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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