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티메프), 큐텐이 사회 전반의 이슈를 삼킨 모양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티메프, 큐텐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티메프 쇼크’ 시작은 위메프가 셀러들에게 5월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 지난달 17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그러나 티몬에서도 22일 동일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후 티메프가 익월에 창출되는 수익으로 대금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돌려막기’ 혹은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 돈을 이용해 투자수익을 지급하는 ‘폰지사기’ 의혹이었다.
게다가 5~7월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규모가 이상할 정도로 확대된 사실이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가 셀러들에게 자신들이 손해를 볼 테니 할인 프로모션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였다. 한 셀러는 1만원에 제품을 판매하면 1만5000원을 정산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셀러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됐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만 4137건에 달했다.
모두의 시선은 티메프를 사들인 큐텐과 정점에 있는 구영배 대표에게 쏠렸다. 구 대표가 어떤 계획으로 수습할지 주목했다. 1세대 이커머스를 이끈 선구자라는 칭송을 받던 구 대표라면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구 대표도 숨기 바빴다. 이 와중에 큐익스프레스는 살리고 싶었는지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와 별개라고 꼬리를 잘랐다.
구 대표는 ‘티메프 쇼크’ 발생 10여일이 지난 29일에야 “큐텐 지분이 대부분인 개인 재산을 활용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이마저도 거짓말이었다. 티메프는 구 대표 입장표명 당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티메프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부과하고 자산·채권을 동결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이 묶여 셀러들은 판매대금을 정산 받을 수 없다. 반대로 회생불가라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상 파산이다. 양사 자본총계는 -9000억원이며 5~7월 미정산 규모는 업계 추산 1조원에 이른다. 동원 가능한 금액은 구 대표가 사태 이후 처음인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 자리에 나와 얘기한 800억원이 전부다. 구 대표는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 비즈니스가 중단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시간을 주면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제 와서 누가 구 대표의 말을 믿을지 의문이다. 위메프 미정산 이슈가 터진 초반에 직접 사과하고 명확히 피해보상 계획을 제시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십수년간 기업을 운영한 대표라면서 셀러 이탈과 부정적 보도 등을 핑계로 내세우는 게 맞을까 싶다. 제대로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확실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는데 양해와 협조를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가 아닌지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또 다른 문제로 번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