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다. 국민들은 덤덤했지만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국가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면서 앞다퉈 보도했다. 외신들이 한국 출산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의 대응 방안을 꼼꼼히 살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난 7월28일 영국 가디언은 한국 저출산의 핵심 원인을 생활비 우려 등으로 인한 결혼 감소와 워킹맘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 어려운 문화적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2월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심층보도에서 긴 근무 시간과 출산 후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에 주목했다. 또한 높은 거주비와 사교육 문화도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보았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 평균보다 0.2명 이상 낮은 0.55명이란 점도 주목했다. 4살 무렵부터 영어, 수학, 음악, 태권도 등 각종 사교육을 받는 현상도 문제라고 보았다. BBC 방송은 “한국은 사교육 관행이 너무 널리 퍼져 이를 거부하면 자녀 교육의 실패자로 간주된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 자녀 양육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남녀 성별 간 임금 격차에서 우리는 늘 꼴찌였다. OECD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출산과 육아에 드는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앞에서 본 여러 가지 진단은 저출산과 상관관계에 있는 요인을 찾았다는 점에서는 일리가 있지만 인과관계를 밝히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저출산 인과관계를 고민하니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과 ‘알바 뮈르달’ 부부가 1934년 저술한 ‘인구 문제의 위기(Crisis in the Population Question)’를 떠올리게 된다. 뮈르달 부부는 재정적으로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주택 문제에 주목했다. 즉 주택 문제를 저출산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본 것이다. 뮈르달 부부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무상 의료, 무상 급식, 아동 수당, 유리한 주택 대출, 임대료 지원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제안했고 스웨덴 정부는 이를 과감하게 수용했다. 뮈르달 부부의 정책제안은 스웨덴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앞서 본 BBC 방송 출연자의 인터뷰 내용은 정곡을 찌른다. 방송은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고속 성장해 여성의 학력이 높아졌다. 이에 여성들이 희망을 가지고 일터로 진출했으나 아내나 어머니의 역할은 이에 맞춰 바뀌지 못했다”고 저출산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가부장제 문화와 성 불평등이 저출산의 핵심요인이며 인과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사회현상에서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우리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는 다양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사회과학계에는 유명한 금언이 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Correlation does not imply causation)’라는 것이다.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뮈르달은 저출산 현상은 ‘누적된 인과관계’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우리도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어떤 변수가 저출산과 가장 큰 인과관계에 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영우 (사)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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