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조선시대 지방관의 밥상도 흥미진진
길거리 음식이 K푸드 상징? 한식 세계화 향한 울림 되기를
경상국립대학교(GNU) 대학원 식품영양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교방꽃상'을 발간했다.
이 책은 ‘한식세계화’라는 구호를 창시해 ‘한식의 날’ 제정의 틀을 쌓은 박미영 박사가 20여 년 동안 천착해 온 진주비빔밥을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박미영 박사는 3대째 진주 과방지기(셰프)의 집안에서 태어나 전통 손맛을 익혔다.
영남 지방의 내로라하는 명가 노유(老儒)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선시대 진주성 병마절도영의 음식인 ‘교방의 맛’을 완성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 ‘한국식문화세계화대축제’를 주최하는 등 한식 전도사로서 앞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미영 박사는 “진주는 고려, 조선시대 서부 경남의 대표 도시로서 정자에서 즐기는 풍류 문화가 발달했고, 교자상 너머로 기생들의 춤이 너울대고 음악이 울렸다.”라면서 “진주성에는 경상도 육군본부인 병마절도영이 있었고 행정을 담당하는 관청도 진주에 있었다. 수많은 관리들이 드나들었다. 따라서 접대음식이 발달했고 기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라면서 진주만의 교방문화가 탄생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박미영 박사는 “교방이란 조선시대 기생을 양성하던 지방 관아의 기관이었고, 교방음식은 지리산과 남해에 인접한 진주의 풍부한 재료를 이용해 접대를 위해 차려졌던 음식이다.”라고 설명하고 “큰 교자상 한 상 가득 차려내는 게 특징인데 태(態)가 아름다워 꽃상이라 불렀다. 이는 진주만의 독특한 교방문화다.”라고 말했다.
박미영 박사는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비빔밥의 모태인 진주화반을 복원하는 일을 20년 넘게 하고 있다. 전통 사족들의 부엌도 열었다. 진주성 전투의 혈전 이미지와 육회가 오버랩되는 허구를 뒤로,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천년이 넘은 화반의 역사를 추적했다. 진주화반을 따라가 보면, 동아시아를 휩쓸었던 고대 유교문화를 만난다. 일제강점기, 화반의 자리를 차지한 진주 장터비빔밥 이야기도 흥미롭다.
박미영 박사는 우리가 진주비빔밥으로만 알고 있는 진주화반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고려거란전쟁’의 영웅 강민첨 장군의 소고기 혈식(날것 그대로 올리는 유교식 제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유래를 끝까지 추적한다. 진주화반은 일제강점기 진주 중앙시장에 저렴한 개량소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이 들어서면서 대중화되었다. 진주냉면도 진주 정씨 가문의 구휼식에서 출발해 외식업으로 인기를 끌었다.”라고 말한다.
교방꽃상은 한 상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거금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등장하는 수군통제영의 박계(유과)는 진주 꿀로 제조했다. 박계는 정교한 다식과 같이 꽃상에 오르는 디저트였다. 대나무밭 새벽 이슬을 받아 담그는 추로주, 500근의 소고기, 남해바다가 그대로 펼쳐지는 생물 그대로의 안주들. 먹는 이를 배려해 작고 예쁘게 만드는 진주교방음식은 궁중음식과는 양념 공식에서 차별화된다. 재료가 신선해 양념을 최소화하는 게 특징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한반도의 음식에는 하나하나마다 사연이 있다.
이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며 깊은 맛의 세계로 끌고 가는 박미영 박사는 “이 책은 한식이라는 열쇠말에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입힌 첫 번째 작업이다. 치킨, 떡볶이 같은 스트리트 푸드가 K푸드의 상징이 되고 있는 이때, 이 책이 던지는 화두가 한식 세계화를 향한 울림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식에 대한 열정을 지닌 엠지(MZ)세대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자층에게 우리 식문화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꽃밭 한 상을 받는 듯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박미영 박사는 경상국립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학위(이학박사)를 취득했고, 미국 스탠턴대학교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한국음식문화재단), 경남일보 연재 칼럼 '박미영의 교방음식 이야기', '진주화반에 관한 논문집' 등을 출간했다.
이 중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는 조선시대 진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인문 요리서다. 물산이 풍부한 진주의 천례적 환경과 역사의 필연이 어우러져 교방음식 문화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역저(力著)다.
[신아일보] 진주/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