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는 지난 6월부터 황성공원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 공사를 시작했다.
삼국 통일의 공신인 김유신 장군을 기리는 동상 바로 앞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면서 이를 인지한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시민 A씨는 “신라 왕들이 사냥을 즐겼다는 전설이 깃든 유서깊은 황성공원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가 웬말인가? 그것도 삼국 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 동상 앞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며, 질타하면서 ”차라리 공원 내 현충탑 앞에 설치하는 게 더 낫다.“고 제안을 제시했다.
시는 지난해 7억 예산을 들여 황성공원에 신라를 다스린 56 왕을 상징한다며 56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찬반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이에 반론을 제기한 경주시의회 김동해 의원(무소속)은 "신라 56왕과 태극기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상징물을 만들려면 시민 여론을 묻는 공청회를 통한 시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인데 이를 무시한 의도가 무엇이냐?"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시민들의 여론이 나빠지자, 공사를 미루다가 예산 규모와 장소를 조정하여 지난 6월 공사에 착수했다.
18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6억 5천만 원의 예산이 통과되어 56m의 높이의 국기 게양대 공사를 추진했으나 올해 총예산을 2억 5천만 원으로 낮추어 장소를 김유신 장군 동상 바로 앞으로 바꾸고 30m 높이로 공사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올해 8월 15일에 맞춰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경주시는 예산을 약 7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하고, 게양대 높이를 56미터에서 30미터로 낮추어 황성공원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인 김유신 장군 동상 앞에 설치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듯하다.”며, “그러나 사업을 축소한다고 해서 본질이 바꾸지는 않는다. 여전히 대형 태극기 게양대는 황성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시설물이다.”며 꼬집었다.
또한, “대형 태극기 게양대는 황성공원 경관과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신라시대부터 자연 숲으로 관리되어 온 임수(林數)의 역사적 가치와도 맞지 않다. 경주시의 이번 결정은 시민들의 애국심을 높이기는커녕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김유신 장군 동상이 높이 20미터 높이에 설치해 있기에 동상 자체 높이와 30미터 높이 합치면 비슷하게 56미터 정도 나올거다”며 “그러면 삼국 통일의 공신인 김유신 장군을 기리는 동상은 규모 면에서 뒷전이며, 남산 등 시내 전역에서 바라보면 천년의 신라의 역사는 간 곳 없고 태극기만 부각 될 것이다.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호국정신을 기리고 시민 대화합과 자긍심·애국심 고취를 위해 황성공원 내 삼국통일을 한 장군 동상 앞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는 잘 어울린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