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등 일반인이 결함을 입증하기 어려운 품목에 대해 제조사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북갑)은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조물의 경우 제조업자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 결함으로 추정되는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정상 사용으로 손해가 발생하였음 ▲제조업 측의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음 ▲결함이 아니면 통상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음을 피해자가 모두 증명해야만 제조물 결함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자동차 등 복잡한 제조물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해당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증을 시도하더라도 관련 자료 확보가 어렵고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뿐 아니라 기술 이해도가 적어 법원에서 해당 사실을 인정받기 힘들다.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소비자가 특이 사실이 녹화된 영상자료나 기록물 등을 법원에 제출할 경우 제조물 결함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제조업자가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여 공평타당한 손해의 확정과 배상책임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미 미국은 ‘그린맨’ 사건 이후 제조업자가 물품의 모든 공정에서 최대한의 주의의무를 다했을 경우라도,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엄격한 책임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2년 제조업자가 피해자가 요청한 관련 증거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등 피해자 입증책임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2022년 원주 ‘도현이 사건’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으나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정 의원은 “일반 소비자인 피해자가 결함의 존재,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외국의 입법례처럼,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조물의 경우에는 “제조사가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그러지 못하면 배상하도록 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김정호, 김현정, 민병덕, 민형배, 박균택, 박정현, 박희승, 어기구, 이기헌, 임광현, 임호선, 전용기, 정성호, 정진욱 의원 등 14명이 동참했다.
[신아일보] 허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