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을 대표하는 차기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이번 주 결정된다. 잠재 후보군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전직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다수 포진했다.
정부가 이자이익 등과 관련해 은행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돼 은행권 입장을 대변하고 소통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16일 3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인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추천한다. 이후 23개 정회원사가 모두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로 선임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장은 정회원 은행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금융당국과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임기는 3년이다.
김광수 현 회장은 지난 2020년 12월 취임해 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은행연합회 회추위에는 김 회장과 11개 이사회 회원사 은행장이 참석한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회추위를 구성해 회장 후보자 선출 과정을 합의했다. 이어 이달 10일 2차 회의에서는 총 6명을 차기 회장 잠정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후보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과 손병환 전 농협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다.
이 가운데 윤종규 회장이 고사 의사를 밝히며 후보군은 5명으로 좁혀졌다. 관료 출신 1명과 민간 출신 4명이 경합을 벌이는 구도다. 임영록 전 회장이 유일한 관료 출신이며 나머지 후보 4명은 순수 민간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다.
그동안 은행연합회장은 주로 관료 경험이 있어 정부·금융당국과 소통이 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가 역임해 왔다. 역대 회장 14명 가운데 9명이 관료 출신이며, 김광수 현 회장 역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에서 공직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은행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계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어느 때보다도 은행권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간 출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로 전해진다.
실제 후보군 가운데 조용병·손병환 전 회장은 지난해까지 현직에 있었던 인사다. 후보직을 고사한 윤종규 회장은 지난 9년간 금융그룹을 이끌었다. 박진회 전 행장은 국내 은행장 중 비교적 긴 6년 임기를 보냈고, 퇴임 후에도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들 모두 은행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들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도 있어 관료보다 민간 출신 인사 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준희 전 행장은 기업은행장을 역임한 후 YTN 사장을 지냈는데,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는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담당했다.
유일한 관료 출신인 임영록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을 지냈으며 2010년 KB금융 사장, 2013년 KB금융 회장 등 민간 금융사 CEO도 역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당국과 소통을 위한 관계도 중요하지만, 은행업에 정통하고 은행권 상황과 입장을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기"라며 은행권 내부 인사 등극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