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여름나기 패션 "벗지말고 입자"
[금요칼럼] 여름나기 패션 "벗지말고 입자"
  • 신아일보
  • 승인 2023.06.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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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뷰로 이영희 대표
 

더울 때는 벗어야 할까? 입어야 할까? 정답은 ‘입어야 한다’다. 대신 슬기롭고 센스있게 입어야 한다. 항상 혹서기를 앞두고 정부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데 시원한 옷차림은 중요한 에너지 절약 행동요령으로 손꼽힌다. 올해는 패션·유통업계와 협업해 ‘쿨 맵시’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플로티룩(얇고 가벼운 옷차림) 착용 분위기를 확산해 갈 방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은 예년보다 무덥고 비가 많이 올 것이라고 한다. 에어컨 등 냉방 가전 판매전이 한창인 가운데 패션계는 ‘쿨 패션’ 마케팅 전쟁 중이다. 그렇다면 에어컨도 냉감 신소재도 없었던 옛날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여름나기를 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모시나 삼베로 만든 옷으로 통풍이 잘되는 차림새를 했다. 모시나 삼베는 피부에 잘 붙지 않아 인체와 의복 사이에 통풍 공간을 확보해 줘 여름철 옷감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저고리 밑에 입는 등거리 적삼은 여름에 땀이 저고리에 스며들지 않도록 입었는데 깃을 없애고 소매를 짧게 혹은 아예 없는 형태로 만들었다. 여름철 모내기할 때는 등거리 하나만 입었고 농부들은 겉에 주머니를 달아 담배 등 소지품을 넣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기록 자료에 따르면, 등등거리와 등토수 역시 여름나기에 필수였다. 등등거리는 적삼 밑에 입는 것으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거나 등나무의 가는 줄기를 구부려 엮어 조끼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깃 형태로 만들어 목에 끼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소매의 손목 부분에 끼워 땀이 배지 않게 하는 등토수도 기록되어 있다. 여름 토수는 가는 대로 만들거나 말총, 등나무 줄기로 엮어 만들기도 했다. 일상에서도 부채, 죽부인, 평상 등 우리 조상들은 자연이 준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시원한 여름나기를 즐겼다.

옛날 조상들의 쿨 패션이 ‘통풍’에 초점을 뒀다면 현재는 ‘촉감(냉감)’에 집중한다.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더 이상 ‘쿨(COOL)’이 아닌 ‘아이스(ICE)’를 강조한다. 아예 제품명이 ‘아이스’로 시작되기도 한다. 냉감 신소재 개발이 매년 업그레이드 되면서 이제는 노출해서 시원하기보다 입어서 체온을 낮추는 시대를 맞았다. 냉감 소재는 셔츠와 바지, 재킷 등에 폭 넓게 적용되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섬유패션업계의 지속적인 냉감 소재 개발로 옷만 잘 입어도 체감 온도를 2~3도 낮춰 에어컨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됐다.

쿨 패션은 ‘노 타이’ ‘노 재킷’ 착장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대기업이나 공직자에게 반바지와 샌들 차림이 권유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복잡한 체크무늬 반팔 셔츠에 반바지, 거기에다 종아리까지 검정 정장 양말을 올려 신고 샌들을 착용한 모 공직자의 출근 모습이 외신에 보도된 것이었다. 제목은 ‘패션 테러리스트’였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요즘 여름 패션은 벗는 것만큼이나 가볍게 차려입는 것으로 정착됐다.

이번 캠페인의 명칭이 ‘쿨맵시’인 것은 청량감만큼 맵시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패션기업과의 협업으로 시원하면서도 세련된 착장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 여름, 직장인이라면 냉감 반팔 셔츠와 슬랙스, 가벼운 재킷 차림으로 실내와 실외에서도 무난한 ‘쿨맵시’를 자랑할 수 있겠다. 실외활동에도 가급적 긴소매나 모자로 햇볕을 차단해야 한다. 타인의 눈에 시원하게 비춰지는 쿨패션에서 본인이 청량감있고 만족스러운 ‘쿨맵시’ 연출이 우선이다. 무더위에도 자연소재를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로운 DNA가 현대로 이어져 세련된 쿨맵시를 완성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줄어들어 속 시원한 ‘쿨 코리아!’가 되면 더 좋겠다.

/ 이영희 서울아트뷰로 대표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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