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늙어가는 대한민국, 기업 생존 위기다
[데스크칼럼] 늙어가는 대한민국, 기업 생존 위기다
  • 박성은 생활유통부장
  • 승인 2023.02.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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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 어느 기업이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캠페인 광고 분위기도 따뜻하고 감동적이라서 꽤 인상 깊었다. 이 슬로건은 특히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젊은 층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덕분에 대학생들의 기업 선호도, 취업의향률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효과가 컸다. 다만 이 기업이 광고 슬로건과 달리 경영부실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많은 지탄을 받았던 건 아이러니하다.

비단 이런 슬로건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정치·사회·경제·산업·문화 모든 영역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미래인 건 주지의 사실이다. 사람이 있어야 생산·소비가 이뤄지고 시장이 생기면서 산업이 커진다. 하지만 우린 지금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으로 ‘인구절벽’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의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구성비는 2045년 37.0%로 예상된다. 인구 9만명 이상인 세계 201개국 중에서 일본을 제치고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또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중위 시나리오 기준)’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가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2030년 3381만명에서 2050년 2419만명으로 감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구 2명 중 1명은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뜻이다. 인구절벽이 소득과 소비능력은 물론 나아가 시장규모와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소비, 제조와 직결된 식품·외식업계 특성상 인구절벽은 향후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혹한기를 겨우 버텼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지속된 금리인상과 원·부자재 가격상승 압박 등으로 올해도 쉽지 않은 시간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소비침체와 인력난으로 어려움이 더한데 인구절벽이 본격화되면 기업 생존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다.

먹거리 소비가 활발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이 두터울수록 식품·외식시장에 활기가 돌기 마련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 입맛을 맞추기 위해 기업의 R&D(연구개발)도 활발하다. 반면에 고령층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된다. 케어푸드(환자식)와 같은 일부 제품군 정도는 성장할 수 있으나 전체 식품·외식시장을 이끌어가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식품·외식 기업들이 최근 해외 진출에 목을 매는 것은 다가올 국내 인구절벽과 맞물렸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주로 인구가 많고 젊은층 비율이 높은 동남아·중동·인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미국·유럽과 같은 소득수준이 높고 식음료 시장이 큰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 

아울러 공장 자동화는 물론 매장 내 키오스크(무인단말기)와 서빙·조리 로봇이 눈에 띄게 많아진 건 더욱 가중될 인력난에 대비한 기업들의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구절벽에 대비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경영환경 면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 이는 단순히 기업들만의 노력으로 접근하기 힘들다.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때 투자가들을 만나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인구절벽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늙어갈수록 기업은 위기고 산업은 침체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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